우원식 국회의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짧은 조우

우원식 “7년만에 만나 반갑습니다”…김정은 “안녕하십니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요청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는 “남북 평화와 번영 시대 열길 희망”

2025-09-03     양기반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갈무리)

[국방신문=양기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 오찬에 참석했다.

우 의장은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하기 전 대기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며 “(2018년 이후) 7년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짧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이 이날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남북 관계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우 의장이 김 위원장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우 의장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판문점 회담 이후 환영 만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다.

우 의장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제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곳에 저의 누님이 두 분 계신다.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신다. 제 아내도 (고향이) 함경도 단천인데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다”는 말을 건넸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우 의장을 제외한 한국 측 인사들은 행사에서 북측 인사와 따로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당초 만남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조우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재차 요청했고,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지난 2월에도 겨울 아시안게임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단독으로 회동하고 APEC 참석을 요청했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우 의장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리셉션 오찬 자리에서 만나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헀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우 의장에게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북러 정상회담 기회에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고 의장실은 전했다.

이에 우 의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우 의장은 이어 올해 울산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을 거론하며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금강산이나 원산 갈마 해양관광지구 등지에서 남북 간 문화 교류를 하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고, 푸틴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은 오는 4일 중국 측 공식 카운터파트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면담한다. 중국의 경제·과학기술·미래산업을 담당하는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중국 전승절 기념식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박지원·박정·홍기원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