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오너 ‘군 장교 입대’ 전통으로 굳어질까
삼성가(家)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아들 이지호씨 해군 장교 최태원 SK 회장 차녀 최민정씨 해군 장교 자원입대 ‘주목’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통역장교로 입대해 병역의무 이행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해군 ROTC 43기로 소위 임관 발렌베리家, 록펠러家 장교 입대 전통 ‘노블레스 오블리주’
[국방신문=양기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도 대기업 오너家의 ‘장교 입대’ 전통이 세워질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대기업 자제의 장교 복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사회적 책임)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10일 삼성가(家) 4세인 이씨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39개월간 복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오는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 장교교육을 받은 뒤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이씨가 복수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사병 입대가 아닌, 복수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해군 장교의 길을 택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 국민도 복무 기간이 긴 장교보다 병사 복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씨가 미국 시민권까지 버리고 군 복무를 선택한 것은 공동체를 위한 모범 사례,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 차녀인 최민정 씨도 해군 장교로 자원입대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인 최민정 씨는 병역의무가 없음에도, 2014년 해군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소위로 임관한 뒤 2015년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청해부대) 제19진으로 소말리아 해역 파병까지 다녀왔다. 2016년부터 제2함대사령부 예하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지휘통제실에서 상황 장교로 근무하다가 2017년 예비역 중위로 전역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귀국,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장교로 입대해 2009년 12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복무했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미국 예일대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입대해 국방 의무를 이행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2005년 해군 ROTC 43기로 입단해 육군 소위로 임관한 뒤 701특공연대에서 작전장교 등으로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창업주 가문, 존 D. 록펠러가(家) 등이 ‘장교 입대’ 전통을 이어가는 대기업으로 꼽힌다.
발렌베리그룹은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를 필두로 5대 170년에 이르는 동안 경영에 참여한 가문의 일원들이 해군 장교로 복무했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존 D. 록펠러 가문의 후손들도 장교로 복무하며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았다. 록펠러의 외아들 존 D. 록펠러 주니어의 3남 로런스 S. 록펠러와 4남 윈드롭 록펠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각 해군 장교와 육군 장교로 참전했다.
윈드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정치에 입문해 아칸소 주지사를 역임했다. 로런스는 벤처 투자자로서 인텔·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의 초창기 투자를 이끌었고, 이스턴항공 및 맥도넬 등 미국의 주요 항공·방위산업체가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계적 물류기업인 페덱스 창업주 故 프레드릭 W. 스미스 회장은 1966년 예일대를 졸업한 뒤 해병대 장교로 4년간 복무하며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