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전칼럼] 대한민국 방산 4대 강국, K-보훈이 그 시작점
왕해전 국방신문 전문기자·보훈기획본부장
‘6·25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및 전시회’를 마친 소회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자유 지켜낸 ‘그날의 용사들’을 기리며
그들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며 시작된 국방신문 주최 ‘6·25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및 전시회’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22개 참전국 중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 관리처로부터 명단을 받은 16개국 120분 참전용사들의 초상화를 헌정하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진혼화(鎭魂畵)’로 기록한 뜻깊은 행사였다.
국가보훈부 권오을 장관과 황기철 추진위원장(전 국가보훈처장), 양기대 전 국회의원, 정영식 범한그룹·범한퓨얼셀 회장, 외교사절로 자크 플리스 주한룩셈부르크 대사, 미킬 클레만스 주한벨기에대사관 공관차석,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주한콜롬비아대사관 전권공사와 무관, 잇 팁파야짠 주한태국대사관 국방무관(대령)과 유엔 참전국 관계자 등 130여명의 국내외 내빈이 참석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영상 축사를 통해 참여하고 이용선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문재웅 국방신문 논설실장(세종대 교수)이 축사를 대독했다.
범한그룹과 범한퓨얼셀, 한화오션, LIG넥스원, HD현대중공업, SK그룹, 부경실업, 바인그룹, 탑건설 등 기업들의 후원과 협찬이 더해져 감동의 외교 무대가 완성됐다.
특히 6·25 참전유공자 고(故) 유수호님(공군사관학교 생도로 참전) 아들인 유근회 부경실업 대표의 답사는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이번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및 전시회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보훈 외교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은혜를 행동으로 보답하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로부터 신뢰받는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크 플리스 주한룩셈부르크 대사는 자국의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이렇게 추모해 주는 한국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시하고 강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11월 11일은 세계가 유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국제추모의 날(UN Veterans Day)이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날을 여전히 ‘과자 브랜드의 날’로만 인식하고 있어 안타깝다는 지적을 해왔다.
국가의 자유와 평화를 지킨 유엔참전국들의 희생이 상업적 이미지에 가려진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국민이 함께 ‘기억의 외교’를 복원해야 할 때다.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11월 11일)에 대한 낮은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K-보훈 홍보캠페인이 필요하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이 축사에서 말한 것처럼 학교 교육에 참전국의 역사를 포함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하며, 문화콘텐츠를 통해 보훈을 ‘감동의 스토리’로 확산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이제 단순히 ‘감사의 나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22개 유엔 참전국을 튀르키예(터키)처럼 형제국이자 형제 국민으로 만드는 K-보훈을 시작해야 한다. 보훈 외교는 곧 신뢰 외교이며, 신뢰는 방산과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사는 망은부의(忘恩負義), 은혜를 잊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가르친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 은혜를 세계와 나누는 길, 방산 4대 강국의 길 역시 이러한 보훈의 뿌리 위에서 피어난다.
보훈 없는 방산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 ‘기억의 힘’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보훈 외교, ‘K-보훈’이 방산 강국의 시작점이며, 이번 ‘6·25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및 전시회’가 민간 분야에서 시작된 첫걸음이었다.
이제 필자와 국방신문은 ‘K-보훈’이라는 이름으로 이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 유엔 참전국들과 형제애를 문화·교육·경제로 확장시키고,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감사의 나라’로 기억되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K-보훈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