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이 중사 “여군 아닌 군인이고 싶어 했다”

남편,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심경 토로…2차 가해 수사 촉구 “제15특수비행단 내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폭넓은 수사 필요” “피해자 보호 시스템으로 2차 가해 불가능한 환경 만들어야”

2021-06-25     윤석진 대기자
공군 성추행 피해 사망 이 중사 빈소 모습.

 

[국방신문=윤석진 기자]공군 성추행 사건으로 죽음을 선택한 이모 중사의 남편 A씨가 24일 보도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여군이 아닌 군인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 했습니다”고 아내에 대해 절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A씨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모바일 메신저로 진행된 인터뷰에 응해 “(아내가)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하고, 군인으로서 본인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이 인터뷰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에 대해 “강제추행에만 몰두하는 감이 없지 않다”면서 “(성추행이 벌어진) 제20전투비행단뿐 아니라 (이 중사가 전출 갔던) 제15특수비행단 내에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폭넓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2차 가해에 대한 더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방부 검찰단이 제15특수비행단 부대원들이 이 중사의 신상을 유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A씨는 “국방부의 수사가 2차 가해와 합의 종용,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스템 미작동 문제, 수사와 보고 시스템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강조했다.

A씨는 이 중사가 제15특수비행단으로 전출한 지 사흘만이자 혼인신고일에 목숨을 끊은 사실을 들어 “지난달 21일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반나절 휴가를 신청한 이 중사를 향해 상관이 ‘보고를 똑바로 하라’며 이유 없이 면박을 줬다”며 “이 중사는 그 자리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렸고, 난생처음으로 ‘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제15특수비행단 내에서 벌어진 2차 가해를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A씨는 이 중사가 사망 전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남긴 것에 대해 “가해자들이 이 중사가 겪은 고통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면서 “제 관사에서 발견돼 남편을향해 오해나 피해가 생길까 하는 우려로 인한, 저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이 중사는 성추행 사고 이후에도 자신보다 군 조직과 상사, 동료들이 피해를 볼까봐 신고 여부를 고민했다”면서 “마지막까지 (그들을) 배려했으나 평소 신뢰하던 상사들의 회유에 상처만 받았다”고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방안에 대해 “현재 시스템에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부정적 전망을 했다.
 

A씨는 “여군뿐 아니라 동성 간에도 비일비재하게 강제추행 등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군대”라면서 “성추행 피해가 발생한 부대에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피해자보호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한 지휘관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A씨는 “그래야 성추행 가해자만 불이익을 받고 2차 가해가 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A씨는 이와 관련 “(같은 부대에서) 서로 오래 재직하며 적당히 잘못을 봐주는 ‘썩은 카르텔’이 형성되지 않도록 활발한 인사 이동도 필요하다. 성폭력 신고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는 시스템 도입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 중사의 명예회복을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는 A씨는 “이 중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매뉴얼이나 원칙이 한 번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게 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모든 방안을 끝까지 강구하겠다”고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