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 중국, ‘오커스’ 핵잠수함 둘러싼 갈등과 대립 '심각’

모리슨 호주 총리 “방위 준비와 국익 위해 결정내릴 권리 호주도 마찬가지” 더튼 호주 국방장관 “미국과 협력해 해상, 항공능력 포함 모든 군사력 강화” 왕쥔 주유엔 중국 대사 “미‧ 영의 호주 핵잠 협력은 적나라한 핵 확산 행위” 중 관영 환구시보 ““핵잠 거래. 호주를 잠재적 핵전쟁 목표로 만들 수 있어”

2021-09-17     윤석진 대기자
중국 국기 오성홍기(왼쪽), 오스트레일리아 국기.(국방신문 자료 사진)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호주가 미국, 영국과 함께 새로 출범한 대중국 동맹체 '오커스(AUKUS)'에 참여하고 두 나라의 지원으로 핵잠수함 8척 건조 계획을 밝히는 등 군사 협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호주를 향해 ’핵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해 두 나라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신에 종합하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호주 라디오방송 2GB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체 핵 잠수함 건조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방위 준비와 국익을 위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으며 호주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어 자국의 채널7 TV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핵잠수함 역량 등을 거론하며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수역이 항상 국제수역이고, 국제 영공이 항상 국제 영공이 되도록 하는데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미·호주 외교· 국방 장관이 참석한 ‘2+2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개발을 비롯해 미군 추가 배치 등 미국과의 군 협력을 “상당히' 증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호주의 선데이 모닝 헤럴드지 등이 보도했다. 

더튼 장관은 “미국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해상능력뿐만 아니라 항공능력을 포함해 모든 군사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관계를 추구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이미 확립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러면서 “호주 주둔 미군을 확대 배치할 것”이라고 말해 호주 주둔 미 해병대의 증원을 확인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은 지난 몇달 동안 호주가 경제적 보복과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은 호주가 홀로 싸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호주 입장을 거들었다. 

중국은 오커스를 통한 호주의 핵전략을 다방면에서 정면으로 비판했다.  

왕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9월 이사회 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에 대한 협력을 선언했다”며 “미국과 영국의 이런 결정은 적나라한 핵 확산 행위”라고 미‧ 영‧ 호주를 싸잡아 비판했다.

왕 대사는 “핵무기와 핵기술 확산을 막는 것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취지이자 조약 이행국의 핵심 의무”라며 “미국과 영국은 조약국이자 핵무기 국가로서 핵무기 없는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를 공공연하게 돕는 것은 핵물질과 핵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왕 대사는 “이 같은 핵확산 행위는 한반도 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 이슈 해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6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핵 잠수함 거래는 호주를 잠재적인 핵전쟁의 목표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들 3국의 동맹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냉전식 사고방식과 중국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군사전문가는 이 매체에서 “미국이나 영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호주 잠수함에 핵무기와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쉽게 탑재할 수 있다”며 “미국과 영국이 '핵 무기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핵 무장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위협에 직접 직면했다”며 “  호주가 잠재적인 핵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미국은 냉전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해 사용한 것과 같은 접근법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리 교수는 “미국은 오커스를 핵심으로 이 지역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작은 동맹체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큰 동맹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