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부활 첫날 다시 떠오른 ‘폭침’ 논란
서욱 “천안함 ‘잠수함 충돌설’ 전혀 믿지 않는다” 방심위 “폭침 사실 부정 동영상 삭제 이유 없다” 최원일 함장 등 천안함 생존 장병, 진수식 불참
[국방신문=오동준 기자] 지난 2010년 침몰한 천안함이 신형 호위함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9일 군 안팎에서 ‘폭침’ 여부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에서 ‘잠수함 충돌설(說)’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천안함 진수식에서는 천안함 침몰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석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생존자들은 ‘정부의 음모론 방조’라며 진수식에 불참했다.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천안함의 ‘잠수함 충돌설’과 관련해 참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을 향해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한 잠수함 충돌설(說)을 조금이라도 믿느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궁이 있었다.
이에 서 장관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이 아니라 잠수함과 충돌 때문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 국방부가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사회질서 위반’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한 유튜브 동영상 8건이 ‘해당 없음’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방심위 결정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심의에 참가한) 위원들도 그 콘텐츠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건 다 인정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당 콘텐츠가) 실체적·물리적 현상, 사회적 혼란을 조성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는 데 대해 (‘해당 없음’이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28일 통신심의소위에서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부정하는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유튜브 동영상 8건을 국방부가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심의·삭제를 요청한 데 대해 ‘해당 없음’ 결론을 내렸다.
해당 영상은 ▲천안함은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해 반파됐다 ▲천안함의 절단면이 불탄 흔적이 없어 폭발에 의한 침몰이 아니다 ▲한 준위는 이스라엘 잠수함을 구조하려다 사망했다 ▲생존자 진술서를 보면 폭발음을 청취한 14명보다 충격음을 청취한 24명이 훨씬 많다 ▲부하 46명을 잃은 천안함 함장을 비롯해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며 대부분 진급까지 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방심위는 또 이 영상에 대해 법원 판결 등을 이유로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방심위 위원 중 일부는 천안함의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공식 발표한 폭침설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천안함46용사유족회, 생존자전우회, 천안함재단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을 반드시 받아내 천안함 46용사의 명예를 회복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날 진수식에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이 참석했으나 최원일 전 함장을 포함해 당시 생존했던 현역 및 예비역 장병 58명은 모두 불참했다.
최원일 함장 등은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잠수함 충돌설’을 다룬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방심위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한다고 밝혔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고 이상희 하사 부친)을 포함한 전사자 유족들은 진수식에 참석했다. 고 김태석 원사의 자녀로 해군 군장학생에 선발돼 해군 장교의 길을 걸을 예정인 김해나씨도 참석했다.
이번 함명 ‘천안함’ 제정은 북한 어뢰 공격에 침몰한 천안함을 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8년에 취역한 초계함 천안함(PCC-772)은 제1연평해전에 참전하는 등 서해를 수호하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피격돼 퇴역했다.
이날 진수식을 통해 기존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돼 다시 태어난 새 천안함은 옛 천안함보다 뛰어난 잠수함 대응 능력을 갖추고 화력도 대폭 키웠다.
옛 천안함에는 없었던 예인선배열음탐기(TASS)가 장착됐다.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옛 천안함에 없었던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가 장착됐다. 홍상어는 멀리 떨어진 적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해 수상함에서 수직발사되는 경어뢰가 탑재된 대잠유도무기 체계다. 홍상어를 탑재·운용하는 수직발사체계에 적용된 발사화염처리 기술은 국내 독자 개발됐다.
호위함은 구축함보다 작고 초계함보다 큰 함정이다. 호위함은 연안 경비와 선단 호위 등 특화된 임무를 맡지만 무기체계 발전으로 구축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갖췄다.
새 천안함은 7번째 차기 신형 호위함이다. 신형 호위함 1번함은 대구함, 2번함은 경남함, 3번함은 서울함, 4번함은 동해함, 5번함은 대전함, 6번함은 포항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