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 위성요격 무기 실험 ‘확인’…“파편 위협 안돼”
“러시아 우주장치 ‘첼리나-D’ 파괴 실험 성공적으로 이뤄져” “파편이 ISS나 우주장치, 우주 활동 등에 위협이 되지 않아”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러시아가 자국 위성을 대상으로 ‘위성 요격 무기’(Anti-Satelite) 실험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16일(현지시간) 확인했다.
러시아 비정부 통신사인 인테르팍스는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우주장치(위성) ‘첼리나-D’를 파괴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러나 위성 요격 미사일의 종류나 제원 등은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은 시험 과정에서 생긴 파편이 ISS(국제우주정거장)나 우주장치, 우주 활동 등에 위협이 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러면서 “우주 공간에서 유사한 시험은 미국, 중국, 인도 등도 이미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첼리나(Tselna)-D는 480km 고도의 무선통신 포착용 첩보위성으로, 구 소련 시절인 1982년 발사한 것이다.
미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는 러시아가 위성요격미사일(ASAT)로 첼리나-D 중 하나인 ‘코스모스-1408’ 위성을 파괴한 것으로 추정했고, 수년 전 작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이번 위성 요격 관련 파편이 ISS나 다른 위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오전 러시아가 자국 위성 중 하나를 겨냥해 신중하지 못한 요격 시험을 진행했다”며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우주의 장기적인 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난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무책임하게도 사전에 이번 미사일 실험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며 “러시아가 개발하려 하는 위성요격기술이 우리 국가안보에 어떤 위협이 될지 앞으로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빌 넬슨 국장은 특별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 시험으로 파편이 생겨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들이 비상 안전 조치를 해야 했다”며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러시아를 성토했다.
미 우주사령부는 “해당 잔해물들이 우주공간으로 퍼지면서 ISS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위성들과 충돌해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러시아의 미사일 실험은 우주의 안보와 안전,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러시아를 규탄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 역시 러시아를 향해 ‘우주 파괴자’라며 “우주를 오염시키고 우주비행사와 인공위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파편을 만들어낸 데 엄청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실험으로 발생한 요격 위성 파편은 1500여개 가량이며, 이 파편들은 초속 7㎞ 속도로 우주를 떠돌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시험으로 요격당한 위성 파편이 고도 425㎞ 궤도에 떠 있는 ISS에 2차례 다가와 ISS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인들이 러시아, 미국 우주선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우주 개발에 관한 보편적 규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우주 공간에서 군비 경쟁 예방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제안은 수년 동안 무시하고 있다”고 오히려 미국을 공격했다.
세르게이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해 우주사령부를 창설하고 우주 전략을 채택했다”며 “미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