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전투 자세” 6.25 백마고지 전사 이등병에 “숙연”
국방부, “국군 신병 유해 추정…상반신 부분 유해만 발견” 구멍 뚫린 방탄모, 인식표 없는 군번줄 “치열한 전투 추측” 백마고지서 110일 동안 유해 37점, 총 8천여점 유품 발굴
[국방신문=오동준 기자]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에서 70여년 동안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던 6.25 전사자 유해가 발굴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을 숙연하게 했다.
국방부는 백마고지 395고지 정상에서 전투 자세로 전사한 모습의 국군 추정 유해를 지난달 28일 수습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굴된 이 전사자 유해는 두개골, 갈비뼈 등 상반신 부분이다. 이 유해와 함께 구멍 뚫린 방탄모, 인식표 없는 군번줄, 탄약류, 만년필 등이 발견됐다.
국유단은 이 유해의 가슴 부위에서 발견된 국군 일등병(현재의 이등병) 계급장을 근거로 6.25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군 신병 참전용사로 추정했다.
국유단은 “개인호에서 발굴된 유해 대부분은 완전유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발굴된 유해에서는 구멍이 뚫린 방탄모와 함께 두개골, 갈비뼈 등 상반신의 부분만 발견돼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사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전투 자세를 유지하면서 국군의 본분을 지킨 이 유해는 참 군인 정신을 보여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찾아 “여러분들이 백마고지에서 흘린 땀방울이 지금의 전환기를 평화의 시간으로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유해 발굴 임무를 수행한 지휘관과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서 장관은 이어 “6·25전쟁 중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백마고지에서 지난 3년간의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며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을 비롯한 ‘9·19 군사합의’의 이행을 위해서는 완벽한 군사대비태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상순(92세)옹 등 9명의 백마고지 전투 참전용사들은 지난 10일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 6.25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의 치열했던 전투를 떠올리며 “70년 만에 이곳 백마고지를 다시 밟아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제 죽어도 더 이상 여한이 없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백마고지 유해 발굴은 지난 9월 시작해 지금까지 약 110일 동안 진행됐으며, 37점(잠정 22구)의 유해와 총 8262점의 전사자 유품을 발굴했다.
군 당국은 올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작업을 26일 열리는 ‘유해발굴 완전작전 기념식’과 함께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