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행하면 ‘더수월하리’ 장세환 유비이엔지 대표

최고 수준 생산시설에서 밀리터리 마스크 출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현실적 정책 필요 "혼자는 멀리 못가, 좋은 사람들과 동행이 목표”

2022-02-02     오동준 기자
'수월하리'생산 클린룸에 입장할 준비를 하는 장세환 유비이엔지 대표.

[국방신문=오동준 기자] 한때 물량이 없어 ‘귀한 몸’이었던 마스크가 지금은 시장에 넘쳐난다. 마스크 대란으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현실에서 ‘엔지니어 정신’으로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의 다양화와 고품질의 결과물을 통해 국민과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을 제고하고 싶다는 기업가가 있다. 회사 소재지인 평택시 수월암리의 이름을 딴 방역마스크 ‘수월하리’와 ‘더수월하리’를 출범시킨 장세환 유비이엔지 대표다.

장 대표는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낮은 품질의 마스크들이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10년 전부터 반도체 설비 배관을 만들며 보유한 생산 시스템을 이용해 제작한다면 소비자에 고품질의 안전한 마스크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장 대표는 이런 취지에서 지난 2020년 7월경 마스크의 직접 생산을 결심하고 프로그램팀, 시설팀과 함께 기존 장비의 개조작업을 거쳐 ‘수월하리’와 ‘더수월하리’ 방역마스크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군의 디지털 무늬 군복과 잘 어울리는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마스크(KF94)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더수월하리’ 마스크에 최선을 다한 자부심

‘수월하리’와 ‘더수월하리’ 마스크는 국내 최고 수준인 삼성반도체 기준의 항온·항습·항균 공조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를 갖춘 클린룸에서 100% 국산 MB 필터 원단과 부자재로 생산된다.

‘수월하리’ 마스크는 통기성 좋은 원단을 사용해 안면 밀착 후에도 호흡이 용이하다. 비말,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 물질과 감염원의 차단 기능이 뛰어남은 물론이고 연결 끈의 탄성이 좋아 오래 착용해도 편안하다.

지난해 12월에는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마스크를 개발하고 군용 위장마스크의 제조, 납품을 위해 식약처로부터 KF94 인증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유비이엔지의 밀리터리 마스크는 기존 타사 제품에서 문제가 된 색소 검증 부분을 해결했으며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시험성적을 진행해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식약처로부터 KF94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위장성과 품질의 안전성이 확보된 밀리터리 마스크를 군 장병을 위해 적극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비이엔지가 생산하는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방역마스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F94 인증을 받았다. (사진=유비이엔지 제공)

◆정부와 동행, 직원들과 동행을 추구하다

장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원하며 상생하는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  유비이엔지는 장애인 고용을 고용해 생산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유비이엔지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해 공공기관의 물품 구입 시 우선구매대상 업체로 나라장터에 등록됐다. 

장 대표는 “보호받고 관심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 실제로는 외면당하고 있다. 직접 경험하였으며 현실도 그렇다”면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정책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가지기 위해 제도도 현실을 따라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일부 기관에서 장애인 생산품에 대해 품질 신뢰성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 대표는 “장애인 직원의 업무는 그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 오퍼레이터가 출력하면 물품검수를 맡고 있다. 이후 다시 자동포장 기계가 마무리 한다. 생산에 장애인들이 참여하지만 결함 없이 어느 제품보다도 품질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이어 장 대표는 “장애인이라고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설령 일을 못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직원들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살아야 나눔이 가능

마스크에 대한 품질은 얼마든지 자신 있었지만 기존 시장에서 새롭게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후발로 진입해보니 시장의 추세는 업계 내 불법 소재 공급, 중간 유통업체의 단가 절약 등으로 가격 경쟁만을 하는 상태로 유통·판매망 확보 등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현재 회사 매출의 90%대를 차지하는 반도체 배관 사업의 이익분에 기대어 마스크 사업은 어려운 행보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각종 기부·나눔 행사 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이 생긴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그래서인지 사회적 봉사나 기부 행사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유비이엔지는 평택시청, 서울 중랑구청, 천주교수원교구청, 화성시 태안기업인회 등 여러 기관과 단체에 마스크를 기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남부지부와 ‘아름다운 동행’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유비이엔지는 동행기업 1호에 선정됐고 법무보호대상자들의 재범방지와 자립을 위해 기부금도 후원한다.

기부에는 기부자체에 의미가 크지만 당연히 마케팅적 측면도 포함한다. 기업에 이윤이 생길 때 계속적인 기부 등의 사회공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시장논리뿐이 아닌 상생·동행의 의미로 가보자”고 강조한다.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훌륭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정부의 호응이 필요하단 의미다.

장 대표는 꾸준하게 ‘수월하리’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청과 평택시청 등 공공기관의 협조에 감사함을 표했다.

◆장 대표 “새로운 도전 계속할 것”

장 대표는 어렵게 진행되는 마스크 사업에서 하차하고 싶진 않느냐는 질문에 “매번 사업의 존폐여부를 놓고 고민하지만 보람이 커 그만둘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좋은 사람들과 동행하며 멀리 가겠다. 리더에겐 감수성과 공감이 가장 중요하며 욕심을 내려놓고 힘에 부치더라도 장애인들과 버티며 함께 갈 것”이라며 “재원이 마련되는대로 다른 실용 기술을 적용한 생활 제품군을 만들고자 한다. 어렵더라도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들의 양성을 통해 사회에서 활발히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식약처 KF94 인증을 통과한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마스크. (사진=유비이엔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