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폭파’했다던 풍계리 핵실험장 “지속 관리 중…재사용 가능성도”
하이노넨 IAEA 전 사무차장 VOA 인터뷰 “차량 통행, 제설 작업 동향 포착” “새 건설 없으나 유지·관리 움직임 변함 없어…상당수 건물 사용되고 있다” “갱도 가장 안쪽까지 ‘폭파 아냐…나중에 핵실험 대비 핵시설 유지일 수도” “무너진 갱도 재건 대신 새 입구 뚫어 훼손 안된 갱도 연결” 재사용 가능성 “1년 전부터 플루토늄 재처리 시작과 함께 새 핵실험장 착공 돌입 가능성도”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시사한 가운데 지난 2018년 5월 일부 갱도를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지속 관리 중이며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올리 하이노넨(Olli Heinonen)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방송(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 동안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차량 통행과 제설 작업 동향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1·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냈다.
두 차례의 북핵 위기 중 1차는 1993년 3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NTP(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초래돼 1994년 미국의 선제타격 일보 직전까지 갔으나 그해 10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로 봉합됐다.
1차 북핵 위기는 IAEA가 1992년 북한에 대해 6차례 임시사찰을 실시한 후 1993년 1월 북한의 보고 내용 중 ‘중대한 불일치’를 지적하며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과 함께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간주하면서 시작된 2차 북핵 위기는 3자 회담, 6자 회담을 탄생시켰고, 그후 미국의 일관된 북핵 대응 원칙인 CVID를 낳았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현재 상태와 관련 “새로운 건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1년 전 눈 덮인 위성사진을 비롯한 최근 몇 년 간 현장 모습과 2019년 이전 촬영된 사진을 비교할 때 유지·관리 움직임에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들끓는 건 아니지만, 최근까지도 건물 입구에 눈을 치운 흔적이 보이고 지붕에 있던 눈이 녹은 것을 볼 때 상당수 건물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방사성 물질 누출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성도 있겠지만 나중에 핵실험 결정을 내릴 때를 대비해 핵시설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정 건물을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고 1년 전 겨울철 사진에도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마치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풍계리 핵실험장이 어떤 면에서는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단순한 모니터링 이상의 움직임으로, 이렇게 지속적인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고 시설 폐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해발 2205m의 만탑산 일대에 조성된 곳으로 4개 갱도를 갖췄으며,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 뒤 폐쇄됐으며 2번 갱도에서 2~6차 핵실험이 이뤄졌다.
지난 2018년 5월 총 5차례에 걸쳐 2번 갱도를 비롯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4번 갱도, 3번 갱도 순으로 갱도 입구와 관련 시설을 폭파했다.
당시 일부 갱도 폭파에 대해서는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폭파 장면을 공개하고 ‘영구 폐기’를 주장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당시 북한이 “어느 정도 폭파했느냐가 문제”라며 “당시 갱도 가장 안쪽까지 전체를 폭파한 건 일단 아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2018년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갱도가 방치된 상태”라고 보고한 바 있다.
그는 ‘영구 폐기’를 주장했던 북한이 이후에도 이곳을 계속 ‘관리’하는 이유를 두고 “방사성 물질 누출 여부를 계속 모니터해야 할 필요성도 있겠지만, 나중에 핵실험 결정을 내릴 때를 대비해 핵시설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갱도들이 있고, 현재 상태가 어떤지 모르지만 이미 무너진 갱도 입구를 재건하는 대신 새로운 입구를 뚫어 훼손되지 않은 갱도로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재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작년과 올해 현장에서 대규모 굴착 공사가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기존 갱도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입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순서를 밟을 경우 위성에 포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갱도 내부에 여전히 열려있는 공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북한은 이곳까지 연결할 새 입구만 뚫으면 되는데, 위성이 포착할 수 있는 공사는 착공 뒤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강력했던 지난번 핵실험 여파로 주변 바위와 산 구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핵실험을 위해선 매우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당장 무언가를 급히 하려는 조짐은 없지만 북한은 꽤 오랫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양호한 상태로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훼손 정도와 중국과 거리를 고려할 때 이곳에서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잡혀 있어 곧바로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 가깝고 6차 핵실험으로 크게 훼손된 풍계리 핵실험장이 아니라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새 핵실험장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직후부터 이미 공사에 착수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미북 협상이)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자 1년 전부터 플루토늄 재처리 시작과 함께 새 핵실험장 착공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새 핵실험장 건설을 고려하는 것은 더욱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