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성-12형’ 이어 ICBM 발사 도발까지 가나

北,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사실 공개…도발 강도 높여 실전 배치 완료되면 괌 포위사격 가능…북미 간 긴장 고조 미 “북한의 핵실험·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 우려된다”

2022-01-31     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비교. (자료=국방부 제공)

[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이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 철회 검토를 밝힌 가운데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확인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화성-12형 실전 배치가 완료된다면 북한이 공언했던 괌 포위사격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미국은 괌에 배치돼있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요격에 나서게 돼 북미 간 긴장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전략 자산 증강이 불가피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상 당일인 지난 30일 1년여 만에 직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이번 발사체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갔다”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2017년 미국령 괌 포위사격을 경고하는 데 활용했던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4년여 만에 재발사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은 2017년 4월 5일, 4월 16일, 4월 29일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5월 14일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8월 29일, 9월 15일 연거푸 발사에 성공했다.

화성-12형은 액체연료 추진체를 쓰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다. 사거리는 약 4500~5500㎞로 알려졌다. 검정색 바탕에 노란색 띠가 둘러진 형태다.

화성-12형 실전 배치 완료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화성-12형이 ‘생산 장비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동시에 ‘검수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검수 사격은 실전 배치를 위해 대량 생산되고 있는 무기를 무작위로 골라서 쏜다는 의미다.

화성-12형이 북한 전략군에 실전 배치됐는지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등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예상대로 화성-12형을 형상 변경 없이 쏜 것 같다”며 “검수를 언급한 것이나 2017년 성공 이후 5년 가까이 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제 실전 배치 임박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2017년 개발 완료된 미사일을 고각 발사로 무력시위에 동원한 것”이라며 실전배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선택 검열을 통한 검수 사격은 개발 최종단계, 양산체계, 실전배치 이후 실전화를 확인하는 의미”라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나 KN-24와 같이 북한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가 주관해 진행하는 경우 양산 및 실전화 단계 무기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이번 화성-12형 발사장을 찾지 않은 것도 이미 실전 배치 단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이 2017년 8월 미국을 향해 괌과 알래스카 기지까지 공격하겠다고 경고할 때 동원했던 무기인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면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4년여 만에 쏘아 올리면서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 갈등을 보였던 2017년 화성-12형을 시작으로 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나섰다. 이번에도 유사한 수순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화성-12형을 포함해 이달에만 7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강대강’ 원칙 기조를 분명히 한 상태다.

홍민 실장은 “2017년에도 화성-12형 발사 성공 이후 화성-14형, 화성-15형 발사로 빠르게 사거리 확장 실험을 했다”며 “향후 ICBM 역시 ‘검수’ 형식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북한이 곧바로 ICBM 도발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월 20일까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과 유엔 안보리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미중 경쟁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ICBM 발사는 중국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전략적 도발이어서 북한도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화성-12형 시험발사 발표에 대해 관련국들에 냉정과 자제 및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와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우려한다며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