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 적 노출 흰색 마스크 착용 ‘위험천만’

‘위장기능’ 디지털무늬 방역마스크 대신 흰색 마스크 선호 장병 지급용 마스크 구매공고 ‘흰색, 검정색, 기타색’ 특정 군사적 상황 시 ‘식별성’ 높은 마스크는 장병 생존성 위협

2022-03-02     송국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육군3사관학교 57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위장기능이 전무한 흰색 마스크를 쓴 신임 장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군사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역태세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수뇌부가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고 주요 행사에 참여하면서 디지털무늬 방역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오히려 적의 표적이 될 수 있는 흰색 마스크나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장병들에게 지급할 방역마스크를 구매하면서 색상을 디지털무늬 마스크가 아닌 흰색과 검정색, 기타색으로 특정함으로써, 유사시 장병들이 위장기능이 없는 흰색 마스크나 검정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투에 투입되는 위험한 상황도 우려된다.

2일 국방부와 군수사령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최근 장병들에게 지급하기 위한 마스크 구매 공고를 내면서 흰색, 검정색, 기타색으로 특정했다.

장병들에게 지급할 마스크를 구매하면서 군사적 위기상황 발발 시 장병들의 생존성을 담보할 디지털무늬 마스크 대신에 위장기능이 전혀 없고, 오히려 ‘식별성’ 때문에 적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큰 흰색 및 검정색 마스크를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위장기능을 대폭 향상해 장병들의 생존성을 높일 목적으로 보급한 디지털무늬 전투복 및 방탄모의 도입 취지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다.

나아가 군 수뇌부의 흐트러진 군사대비태세이며, 군 전략물자 비축의 허점을 노출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기존 곡선 형태의 얼룩무늬 전투복이 야간전투 시 위장기능이 떨어지고 시가지 전투에서 적에게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장병들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다.

방역 마스크와 관련한 군 당국의 해이한 기강과 안이한 대비태세는 주요 행사에 참여한 군 수뇌부의 마스크 착용 실태를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당장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육군3사관학교 57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는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477명의 신임장교 등 참석자 대부분이 흰색 마스크를 썼다.

3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서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군 수뇌부와 신임장교들의 모습은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강인한 군인상’보다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함’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월 28일 국방부에서 주재한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등 군 수뇌부들이 디지털무늬 전투복 도입 목적에서 벗어난 흰색 마스크를 쓰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같은 날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국방부에서 열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도 회의에 참석한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고도 디지털무늬 마스크를 쓰지 않고 흰 마스크를 착용했다.

또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로 대북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1월 31일 서 장관이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전격 방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직접적이면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대비태세를 점검할 당시에도 해당 부대 지휘관들은 디지털무늬 전투복을 입은 상태에서 흰 마스크를 썼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이 1월 28일 개최한 해외파병부대장들과 화상회의에서 원 의장과 파병부대장들이 흰색 마스크를 쓰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앞서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월 28일 해외파병 부대장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파병부대의 코로나19 상황과 방역대책을 점검할 때도 원 합참의장과 해당 부대장들 모두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정수 해군참모총장이 지난달 8일 동해 1함대사령부와 서애류성룡함을 방문해 코로나19 방역관리 현황과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할 때도 김 총장과 주요 지휘관들은 하얀 마스크를 사용했다.

김태성 해병대사령관과 주요 지휘관들이 2월 23일 서해 전방지역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노출된 상황에서 흰색 마스크를 쓰고 서북도서 작전대비태세 및 코로나19 방역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해병대 제공)

김태성 해병대사령관 겸 서북도서방위사령관이 2월 23일 서해 전방지역 연평도를 방문해 “서북도서는 다양한 작전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접적지역”이라고 강조하며 서북도서 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할 당시에도 김 사령관과 주요 지휘관들 모두 북한군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흰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군 수뇌부는 대선 후보 등 유력 정치권 인사들의 전방부대 시찰을 수행하면서도 디지털무늬 마스크를 쓰지 않고 북한군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큰 흰색 마스크를 쓰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들 역시 흰색 마스크를 쓴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군 장병들의 생존성을 높일 목적으로 보급하는 디지털무늬 전투복의 도입 목적과 배치되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위험에 노출된 채 전방시찰에 나선 것이다.

군 수뇌부가 생존성을 높여주는 디지털무늬 마스크 대신에 위장기능이 없어서 위험한 흰색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며 ‘기강해이’를 드러낸 결과, 특별한 위장이 생명인 특수전 부대원들조차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훈련을 하는 ‘한심한’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육군 특수전 부대원들이 훈련을 위한 헬리콥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일부 특수부대원들이 특별위장을 하지 않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훈련에 나선 모습이 보인다. (사진=육군 제공)

한편, 국내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디지털무늬 전투복처럼 위장기능이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용 KF94 밀리터리 위장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다.

디지털무늬 위장용 방역마스크인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방역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F94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안전성 등이 입증된 색소만으로 디지털 군복 무늬를 염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F94·KF80 보건용 마스크 브랜드 ‘수월하리’를 생산하는 ㈜유비이엔지(대표 장세환)는 디지털 무늬 전투복처럼 위장기능을 갖춘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마스크(KF94)를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본격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방역마스크’는 국산 멜트브로운(MB) 부직포필터를 사용하고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 및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세균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무늬 위장용 방역마스크로 KF94 인증을 받은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방역마스크’.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통되고 있다. (사진=유비이엔지 제공)

이 회사 장세환 대표는 “시험연구 결과, 분진포집효율은 97~99%의 범위를 기록해 탁월한 미세먼지 방지 효과를 얻었으며 세균여과효율은 99.9%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더수월하리 밀리터리 마스크’는 3D 입체형 구조로 제작돼 뛰어난 밀착감으로 미세먼지·세균 흡입 및 누설을 감소시키며, 통기성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더 넓어진 마스크 안쪽 공간을 확보해 숨쉬기가 편하다고 장 대표는 전했다.

기능성 코 지지대를 채용해 코와 얼굴에 밀착감을 높임으로써 안경 김서림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고 탄력적인 고무줄 마스크 끈을 채용해 장시간 착용해도 편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귀 끈은 위장용 디지털무늬 마스크 표면색과 어울리도록 검은색을 채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