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베 전 일본 총리 ‘핵 공유’ 주장 두고 “자멸의 길” 맹비난

외무성 “교묘한 수법으로 독자적 핵무기 보유 발판 마련 목적” “세계 평화·안전에 용납 못할 도전…위험한 기도, 경거망동 말라” 아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기 ‘핵 공유 논의 필요“ 주장

2022-03-15     한상현 전문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총리 재임 중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자료 사진=교도 연합뉴스)

[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이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주장에 대해 ‘경거망동’ ‘위험한 기도’라며 맹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리병덕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의 글을 통해 “일본은 핵무장화의 길이 자멸의 길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회가 조성되면 기어이 핵무장하고 또 다시 침략전쟁에 뛰어들려는 극히 위험한 기도의 발로”라고 직격했다.

북한은 아울러 “교묘한 수법으로 앞으로 독자적인 핵무기 보유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용납 못할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국제사회는 지난날 침략과 전쟁으로 인류에게 무서운 참화를 들씌웠던 일본이 패망의 앙갚음을 위해 손에 핵무기를 쥐는 경우 어떤 엄중한 후과가 초래되겠는가에 대해 각성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전 총리가 말하는 핵 공유는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 영토 내에 배치하고, 공동 운용을 통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군사전략으로, 냉전시대 구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본은 전후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해 왔으며,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은 이에 위배되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달 27일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현실의 논의를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부가 채택 중인 핵 공유를 일본에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구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한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하면서 “그때 전술핵을 일부 남겨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논의도 있다”며 “일본도 여러 선택지를 내다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핵 공유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다음 날(28일) 곧바로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우리나라(일본)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인정할 수 없다”고 핵 공유 주장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자국의 방위를 위해 미국의 억지력을 공유하는, 그런 틀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측은 당시 기시다 총리의 답변에 대해 “전직 총리에게 할 말을 하는 것은 기시다 총리 외에는 없다. 제대로 전하면 좋겠다”며 기시다 총리 입장에 적극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도쿄방송(TBS)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