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흥남철수’ 주역 러니 미 제독 별세…정부, ‘헌신’ 애도
메러디스 빅토리호 1등 항해사…정원 7배 넘는 1만4000여명 생명구한 주역 생전 여러 차례 한국 방문 “세계 강국 성장한 한국에 가슴 뿌듯” 각별한 인연 황기철 보훈처장 “미 참전용사들의 희생·헌신, 미래세대에 이어지도록 노력”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 피난민 1만4000여명의 생명을 구했던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1등 항해사로 기적을 만들었던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이 지난 10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헌신’한 러니 제독을 애도했다고 보훈처가 17일 밝혔다.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러니 제독은 1950년 12월 22일 함경남도 중부에 있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피난민을 승선시키는 결단을 내린 뒤 사흘 뒤 경남 거제도에 무사히 도착시킨 ‘기적의 항해’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이 작전은 배 한 척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기록으로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거제항에 도착한 날이 마침 그해 12월 25일이어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러니 제독은 2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으며, 한국전쟁 후 퇴역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계속 복무해 미국에서는 ‘군인 정신의 귀감’으로 칭송을 받았다.
러니 제독은 생전에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며 한국과 인연을 각별하게 여겼다.
황기철 보훈처장은 앞서 조전에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제독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앞으로도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유엔참전용사 사망 때 수여하는 추모패도 러니 제독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올해에도 유엔 참전국과 참전 용사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참전으로 맺은 혈맹의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을 비롯한 미래세대와 함께 6.25 한국전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