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홍칼럼] 북한의 잇단 도발, 김정은 위원장의 진짜 속내

2022-03-23     송국진 기자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가천대 겸임교수

올해 집권 10년차를 맞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 지구적인 코로나19 사태로 대중 국경폐쇄가 2년여 지속되는 가운데 인민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간의 대북제재 국면에서 코로나19 사태와 자연재해까지 겹치는 이른바 ‘3중고’를 겪으면서 2020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대비 –4.5%를 기록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6.5%)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이다.

대외적으로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올해 들어 10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16일 발사는 실패했으며, 3월 20일에는 방사포(추정)를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당 제1비서였던 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인민들에게 크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째는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권 10년이 지난 지금 김 위원장의 통치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는 지난해 1월 초 제8차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며 경제실패를 시인했다. 인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공염불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국방력 강화와 관련한 두 번째 약속은 좀 다른 성과를 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핵무력 강화에 총력을 경주했다.

북한이 진행한 총 6회의 핵실험 가운데 김정은 시대 들어 4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지속적인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와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능력 제고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2017년 11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호’ 시험발사를 계기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며, 자칭 핵보유국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로써 북한 인민들에게 집권 후 첫 공개연설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 약속을 지키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공화국’을 군사강국으로 발전시켰다고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 제8차 당대회에서 집권 10년을 ‘총화’(결산)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1만5000㎞ 이상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확보할 것을 독려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2018년 이후 유지해 오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 조치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완전한 핵능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속내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3대 세습 통치의 정당성과 명분을 ‘공화국을 천년만년 지킬 수 있는 군사강국 건설’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핵무력 완성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집권 기간 경제정책 실패를 상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로서 의미가 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속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 정체국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패권경쟁으로 북한문제는 바이든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무력도발을 통해 북한문제에 대한 바이든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판을 흔들어 추후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첨예화되고 있는 미러 갈등의 신냉전 구도 하에서 지금이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미국을 압박해 제재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호기(好機)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남한의 정권교체기에 대규모 도발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고 핵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향후 남북대화와 협상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저의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고 있듯이 무력도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원칙외교와 남한의 보수정권 등장으로 안보정세 지형이 자신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집권 후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에게 약속했던 ‘다시는 허리띠를 매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나오는 결단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호홍 수석연구위원 약력>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센터장
-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 대표
- 국가정보원 대북전략단장
- 청와대 NSC 정보비서관실, 안보전략비서관실 국장
- 행정고시 3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