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성-15형'을 신형 ‘화성-17형’으로 "기만"… ‘영상 짜깁기’ 의혹도
한미 군사당국, 1단 엔진과 엔진 노즐 등 화성-15형과 '동일' TEL에서 ICBM 첫발사 기술적 진전…사전 탐지·격파 어려워 북 ICBM 시험발사, ‘레드라인’ 넘어선 도발…대응 수위 주목
[국방신문=오동준 기자] 북한이 지난 24일 기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발표하는 ‘기만전술’을 편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군사당국은 북한이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쏜 ICBM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기존의 ‘화성-15형’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한미가 적외선 열감지 센서가 있는 위성 등 여러 정보 수집 자산으로 확보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당시 발사된 ICBM의 엔진 노즐이 2개로 화성-15형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1단 엔진 연소 시간도 화성-15형과 거의 동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신형 화성-17형의 엔진 노즐이 4개다. 화성-17형은 또 다탄두 탑재 형상을 하고 있으며,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를 식별할 수 있다. 사거리도 1만50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24일 정상 각도보다 높인 고각으로 시험발사한 ICBM은 4년 4개월 전 마지막으로 발사한 화성-15형과 궤적은 유사했다. 그러나 고도가 더 높았고 사거리도 길었다.
이에 따라 초기 탐지된 제원을 토대로 볼 때 정상 각도로 발사 시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역대 북한 ICBM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와 함께 신형 ‘화성-17형’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군 당국은 당시 미사일의 연소시간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 화성-15형의 탄두 중량을 감소시켜 발사해 화성-17형과 유사한 궤적을 구현한 것으로 다시 판단했다.
당시 북한은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실상은 화성-15형을 발사해놓고 화성-17형 발사를 성공한 것처럼 기만했다는 게 한미 당국의 최종 평가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사진과 영상 속 발사 장면도 지난 16일 화성-17형이 공중폭발하기 직전 발사 초기 장면 등 이전에 찍어둔 화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세 차례 화성-17형 성능시험을 하면서 발사 장면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앞선 두 차례는 ‘정찰위성용 시험’이었다고 발표하면서 발사체 사진 없이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만 공개했다. 세 번째 발사 때인 지난 16일에는 공중폭발해 보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북한으로선 지난 16일 평양에서 시험발사한 화성-17형이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대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한 만큼 서둘러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화성-15형이나 개량형 등 엔진 2기짜리 ICBM을 발사해 ‘성공한’ 것처럼 기만했다고 군 당국이 판단한 것이다.
앞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신형 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며 ‘화성-17형’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북의 이번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화성-15형, 화성-17형 중 어느 쪽이든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선 도발이라는 점에서 한미가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ICBM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직접 발사됐다. 북한이 TEL을 이용해 ICBM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7년 화성-15형을 별도의 지상 거치대로 옮겨 발사한 것보다 기동성 등 기술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ICBM을 TEL에서 운용·발사할 경우 이를 탐지하고 무력화시키는 군사작전이 쉽지 않다. 터널이나 은폐된 곳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나와 기습 발사하기 때문에 사전 탐지 및 격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