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의 스마트금융] 금융,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돈이 중요한 세상이다. 돈 벌기 위해 주식, 코인, 가상자산 투자가 뜨겁다. 스마트폰 하나면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돈이 오고 가고 한다.
코로나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엄청난 돈을 풀었다. 이제는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올리고 풀린 돈을 회수하려고 한다. 투자자들은 돈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처럼 현대 경제는 실물경제를 넘어 금융이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다. 금융이 지배하는 세상, 도대체 금융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금융은 글자 그대로 쇠 金, 유통할 融 돈이 도는 것 즉, ‘돈의 순환’이다. 돈은 중앙은행이 발행해(본원통화) 금융기관을 거쳐 개인이나 기업이 대출을 받아 소비하거나 투자를 하고, 다시 금융기관에 예치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돌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돈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를 ‘신용창조’라고 한다. 즉, 빚을 통하여 금융, 나아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것이다.
금융을 우리 몸에서 피가 도는 ‘혈액 순환’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심장에서 피가 나와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동맥을 거쳐 모세혈관까지 돌고 돌아 우리 몸이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돈이 돌아야 경제도 작동한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듯이, 돈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경제도 문제가 발생한다. 고혈압은 인플레이션으로, 저혈압은 디플레이션로 이해하면 좋겠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때론 혈전이 생기는 것은 돈이 잘 돌지 않아 경기가 둔화되고 나아가 금융이 경색되는 소위 ‘돈맥경화’로 이해하면 무방하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손발이 저리다고 하는데 이는 돈이 잘 안 돌아 경제 밑단에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어떨까.
이렇게 우리 몸을 경제에 비유하고 혈액의 순환을 금융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르게는 수동 자동차 운행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힘든 고갯길을 만나면 엔진 회전(RPM)이 느려지고(돈이 안 돌고, 디플레), 속도를 유지하려고 변속기를 저단으로 바꾸고(금리 인하)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양적완화). 그러다가 평탄한 길에 접어들어(경기 회복) RPM이 올라가면(돈이 돌고 인플레) 변속기를 고단으로 바꾸고(금리 인상) 힘껏 밟았던 가속 페달도 서서히 떼어(양적 긴축) 엔진 과열(경기 과열)을 막고 정상적으로 운행하게 된다.
2020년 코로나로 일상이 거의 멈췄다. 소비도 줄고, 기업 투자도 줄고,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고 즉, 돈이 잘 돌지 않아 경제가 어려워졌다.
돈이 잘 돌게 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양적완화). 팬데믹으로 최근 2년간 한국은행은 약 60조원의 돈을 풀었다(본원통화 기준 2019년말 194조원→2021년말 251조원).
금융기관과 경제주체를 돌고 돌아 광의의 통화량은 약 700조원이 증가하였다(M2 기준 2019년말 2913조원→2021년말 3611조원).
미국 중앙은행은 약 5조 달러를 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풀어 ‘헬리콥터 살포’라 불렀는데 이번에도 재연된 것이다.
그래도 미래가 불안하면 금융기관은 대출을 조이고 개인과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인다. 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돌지 않으면 돈이 많은 것이 아니다. 최근 팬데믹으로 M2 기준의 통화승수(14.4배)는 계속 하락하고 통화 유통속도(0.6배)도 떨어지고 있다.
이제 풀린 돈이 빨리 돌기 시작하면, 즉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여 과도해지면 인플레가 일어난다. 물론 최근의 인플레는 소비와 투자 측면보다는 팬데믹 이후 임금상승, 원자재와 물류 가격 상승, 공급망 애로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이 더 크다.
이렇게 인플레가 일어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풀린 돈을 회수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주저앉았던 우리나라 증시는 급반전하여 2021년 초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3,000포인트를 넘었고 삼성전자 주가도 10만원에 육박했다. 주식투자 인구도 급증하고 그야말로 증시는 뜨거웠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 투자자 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돈이 도는 것은 아니다. 그냥 왼쪽 호주머니에서 오른쪽 호주머니로 위치만 바꾼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이 회식도 하고 쇼핑도 하며 소비를 하고 기업들도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투자를 해야 돈이 도는 것이다. 즉, 돈이 돈다는 것은 이렇게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만 돈이 왔다 갔다는 하는 것은 금융의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실물과 괴리되어 금융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실물과 관련 없는 파생상품 시장이 비대해지고 투기장이 되면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때로는 금융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금융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돈이 도는 현상과 과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돈은 원활하게 잘 돌아야 한다.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 MBA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