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선제 정밀타격” “서울·남조선군 괴멸” 강대강 대결
서욱 국방부장관 “북 미사일 징후 시 정밀타격 태세도 갖춰” 대남외교 총괄 김여정·군서열 1위 박정천 ‘괴멸론’ 동시 담화 ‘핵보유국’ 거론하며 맹비난…“남측에 대한 많은것 재고할 것” 9·19군사합의 파기 ‘명분쌓기’ 전망…새 정부 기선제압 관측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겨냥해 북한이 ‘서울 괴멸’로 맞받아치면서 남한과 북한이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서 장관이 1일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 시 사전에 원점을 정밀타격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박정천 당 비서가 잇따라 거칠게 비난 담화를 내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월 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한 대결 구도를 본격화하면서 새 정부를 향한 기선제압에 나선 것을 풀이하고 있다.
서 장관의 ‘원점 정밀타격’이 윤 당선인의 ‘대북 선제타격론’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 중단이나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검토 가능성도 제기한다.
최악의 경우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 보류’ 결정으로 무마됐던 대남 군사행동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3일 서 장관의 ‘사전 원점 정밀타격’ 관련 발언에 대해 ‘미친놈’, ‘대결광’ 등 거친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하며 ‘심각한 위협’을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며 “남조선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며 남한의 자숙을 요구했다,
그는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이라며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서 장관을 향해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거친 언사를 동원했다.
김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데다가 대남·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남 경고가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군 및 군수담당인 박정천 당 비서도 서 장관 발언에 대한 별도 담화를 내고 서울과 남측 군을 괴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비서는 “우리 군대를 대표해 길지 않게 한 가지만 명백히 경고하겠다”며 “만약 남조선 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비서는 “더욱이 첨예한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소한 오판과 상대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도 위험천만한 충돌로, 전면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며 “남조선군부는 대결적 망동으로 정세를 더욱 긴장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부부장에 이어 연달아 담화를 내놓은 박 비서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북한 내 군 서열 1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의 ‘입’으로 통하는 김 부부장과 군 서열 1위 박 비서가 동시에 대남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고위급 인사들이 ‘선제타격’ 개념과 일맥상통한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맹비난하며 대남 비난 포문을 연 것은 향후 남북관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남측에 대해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을 다시 끊거나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검토를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관측한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지역을 설정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우발충돌을 막는 내용이 골자다. 군사합의 체결 이후 북한은 대체로 이 합의서를 준수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이미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경고했던 통일부의 공식 맞상대 격인 대남대화 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를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협력·교류 기구 폐지도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남북통신연락선 단절과 조평통 폐지, 9·19 군사 분야 합의서 백지화 등의 재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여 새 정부 출범부터 험난한 남북관계를 예고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서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에서 “특히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군은 사거리와 정확도, 위력이 대폭 향상된 다량·다종의 미사일을 보유해 북한의 그 어떤 표적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장거리·초정밀·고위력의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일 징후 시 원점 정밀타격 방침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를 구성하는 ‘전략적 타격체계’의 일환이다.
전략적 타격체계는 과거 보수 정부 시절의 ‘킬체인’(Kill Chain) 체계와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을 포괄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 “킬체인이라 불리는 선제타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