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의 스마트금융] 국제금융시장 주도세력은 누구?(1)

2022-05-20     송국진 기자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전 세계 금융시장을 누가 좌지우지할까? 전설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출간된 ‘화폐전쟁’에서 쑹훙빙은 로스차일드 자산이 50조 달러(약 6경 원)에 달하고 국제금융시장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주장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 근거로 19세기 중반 로스차일드 자산을 60억 달러로 추정하고 이를 150여 년간 연 6%의 복리로 증가하면 50조 달러에 이른다는 내용을 주석에서 제시하였다.

50조 달러라는 돈은 어느 정도로 큰돈일까?

2021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중앙은행 Fed 전체 자산 8조 7564억 달러의 5.7배, 통화량(M2) 21조 달러의 2.4배, 미국 GDP(연간 기준) 23조 달러의 2.2배나 되고, 미국 주식 전체 시가총액 53조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쑹훙빙이 제시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지금부터 28년 후인 2050년 말에는 580조 달러에 이른다. 추정과 가정에 근거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복리의 마법을 이용한 가상의 수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마디로 허황한 수치에 불과하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금융기관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된 자료는 찾기 힘들다. 여러 보고서나 통계를 보면 현재 로스차일드라는 금융그룹이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세력이 아님은 틀림없다.

그러면 현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ADV ratings 데이터를 참고하여 부문별로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금융기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미국 및 유럽계들은 대부분 금융지주회사가 상장되어 있어 개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그룹으로 이해하면 무방하다.

먼저 금융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작동하도록 떠받치는 금융기관은 은행으로, 그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 은행이 대출을 줄이고 조이면 힘들어진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때 해외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은행은 든든한 수비수이며 금융시장의 보루이다.

은행은 주로 예금을 원천으로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산규모가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자산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큰 은행으로는 중국의 공상은행(1위, 5.4조 달러), 건설은행(2위, 4.6조 달러), 농업은행(3위, 4.4조 달러), 중국은행(4위, 4.1조 달러) 등 중국 국영은행들이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국제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도세력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주로 자국 내에서 국영기업, 대기업들에 많이 대출해주는 몸집이 비대한 거의 국내용 선수에 불과하다. 즉,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돈을 버는 영향력이 있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진정한 주도세력인 금융그룹은 JP Morgan Chase(5위, 3.7조 달러, 미국), Mitsubishi UFJ(6위, 3.3조 달러, 일본), BNP Paribas(7위, 3.2조 달러, 프랑스), Bank of America(8위, 3.0조 달러, 미국), HSBC(9위, 3.0조 달러, 영국), Credit Agricole(10위, 2.7조 달러, 프랑스) 등이다.

다음으로 세계적인 유수 금융그룹은 Citigroup(12위, 미국), Smitomo Mitsui(13위, 일본), Mizuho(15위, 일본), Wells Fargo(16위, 미국), Barclays(17위, 영국), Societe Generale(20위, 프랑스), Deutsche Bank(23위, 독일) 등으로 주로 미국과 유럽계 그리고 일본계 금융그룹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금융지주회사로 상업은행 외에 투자은행(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 여타 금융기관을 다수 거느리는 금융그룹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큰손들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JP 모건 체이스 본사 사옥.(자료 사진=연합뉴스)

JP Morgan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양대 산맥을 거느린 진정한 세계 금융시장의 리더로 1799년 잉여금으로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Manhattan Company라는 상수도 회사로부터 출발하였다.

19세기 중엽 Morgan 가문이 참여하게 되고 1913년 미국 중앙은행 Fed 설립에도 관여하는 등 영향력 있는 금융그룹이 되었다. 그 후 런던과 뉴욕에서 무수한 인수 합병을 거쳐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이 되었다.

2000년 결정적으로 Chase Manhattan 은행을 합병, JP Morgan Chase가 되어 오늘날의 금융그룹으로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주택담보대출 업무에 대한 철저한 위험(리스크) 관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직격탄을 맞은 5위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Bear Stearns)와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을 정부 당국의 지원을 받아 전격 인수하였다. 이로써 현재는 전 세계 금융기관 중 시가총액 1위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이다.

210년의 역사를 가진 Citibank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Citigroup은 20여만 명의 직원이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2억명의 고객을 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금융그룹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 최대의 금융그룹이었으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막대한 부실이 발생하여 약 10만 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주가도 1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로부터 대규모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회생하였으나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고 JP Morgan에게 최고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10여 년간 Citigroup 최고경영진의 일원으로 활약한 루빈(Rubin) 전 재무장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경영 책임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한편, 세계 주요 미국 및 유럽계 금융그룹은 별다른 대주주가 없는 상장된 회사다. JP Morgan, Bank of America, Citigroup 등 주요 금융그룹의 주요 주주는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인 Vanguard, BlackRock, State Street, Capital Research, Fidelity 등으로 많은 펀드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Bank of America는 여타 금융그룹과 달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최대주주로 12.5%를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체로 대주주가 별도로 있지 않고 여러 자산운용사 펀드들이 소유하고 있어 기관투자가의 소유 비중이 대부분 3분의 2 수준을 넘는다. (2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