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캐머라사령관 “한미동맹, 다영역작전 수행해야”…한반도 밖 역할 강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강연 “양자관계에 집중 한미동맹 탈바꿈 필요” 육해공군 중심의 전통적 작전 영역 포함해 사이버, 우주 영역까지 포괄 “파트너국과 동맹국 포함 ‘연합’ 중요…한국, ‘연합’ 리더 기회 잡아야” “한미일 상호 운용성 보장해야…같이 훈련 계기 활용, 통합하려 노력” “야전 훈련 여건 보장, 육해공과 사이버, 우주 등 다영역 훈련되어야” 북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방안 “‘킬 체인’ 아닌 ‘킬 웹’이 올바른 용어”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13일 한미동맹은 “다영역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동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날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강연자로 나서 “북한은 한국뿐 아니라 역내 파트너국과 미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며 “이런 배경을 고려해서 양자관계에 집중한 한미동맹”의 변화를 이같이 주장했다.
그의 이 발언은 북한의 위협 및 침략 억제를 위주로 하는 현 한미 연합작전을 한반도 밖에서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간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말하는 다영역작전(MDO, Multi-Domain Operations)은 기존의 육해공군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작전 영역을 포함해 사이버, 우주 그리고 전자기장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미 육군이 새로운 교리로 채택한 다영역작전은 동맹국과 군 연합작전을 설명할 때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다영역특임단(Multi-Domain Task Forces:MDTF)을 창설한다는 계획이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어 “한미 양자동맹 뿐 아니라 주변 파트너국과 다른 동맹국도 포함하는 ‘연합’(coalition)이 중요하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군사적 조언은 한미동맹이 연합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연합은 우리에게 전략적 깊이와 국제적 정통성을 제공한다”며 “한국을 위한 저의 군사 조언은 현재의 안보 환경 속에서 연합의 리더 역할을 맡을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미국은 일본과도 동맹 관계로, 한미일이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기회만 된다면 같이 훈련할 계기를 활용하고, 통합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굳이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서라도, 아니면 인도·태평양 작전지역에서라도 (연합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당연시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동맹”이라며 “(동맹)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고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단순 유지가 아니라 계속 강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의 협력 관계는 동북아의 안정, 평화, 안보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며 “아프가니스탄 철수도 봤겠지만, 유사시 한반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비전투원이 후송돼야 할 텐데, 이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정례적 한미연합군사훈련 때 야외 실기동훈련이 실시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듯 “현재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도 하고 있지만, 육해공군의 야전 훈련 여건도 보장해야 한다”며 “공중, 해상, 지상, 사이버, 우주 등 다영역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미 연합군사훈련 확대를 주문했다.
CCPT는 최근 2년여 동안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기반해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와 관련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CCPT에서 야외 실기동 훈련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군 지휘관으로서는 단순하다”며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는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훈련에 따른) 소음 문제도 있지만, 이는 ‘자유의 소리’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며 “실사격을 할 수 있어야 훈련을 할 수 있다”고 CCPT의 한계와 야외 실기동 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 발언을 두고 주한미군에 배치된 아파치 공격헬기 실사격장 확보 문제가 한국인들의 소음 민원 제기로 제대로 풀리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또 북 핵·미사일 위협 억제 방안과 관련 “‘킬 체인’(Kill-Chain)이라고들 하지만 제 생각에 ‘킬 웹’(Kill-web)이 올바른 용어”라며 “화살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발사대를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킬웹’은 센서·통신·처리·타격·효과 등 5개 영역이 동시에 작동하는 평행식으로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첨단 무기 타격에 효과적이다.
북한 등 적이 핵·미사일·방사포·대량살상무기를 발사하려는 징후가 있을 때 이를 미리 제거하는 ‘이해-결심-행동’ 순으로 가동되는 직렬식 ‘킬 체인’과 구분된다.
그는 이와 별도로 북한의 위협과 관련 “핵폭발이 일어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고려하지만,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도 신경 써야 한다”며 “지역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서 제독(除毒)훈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해 “다른 세계질서를 추구한다”며 미국 중심의 현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위협국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마저 현재의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서 이득을 봤다”며 “그들도 우리가 지키려는 국제질서의 수혜 국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