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강제징용, 일 기업 '현금화' 전 해법 찾아야”

18일 도쿄서 회담...박진 “바람직한 해결 위해 노력” 일본측 “좋고 나쁨 판단은 아직...현금화부터 피해야” 양 장관 “북핵 강력 대응...중·러의 건설적 역할 중요” 일본 수출규제 철회 및 지소미아 운용 정상화도 논의

2022-07-18     오동준 기자
18일 오후 일본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오동준 기자] 한일 외교장관이 4년 7개월만의 공식 회담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관련 조기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며,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는 막아야 한다고 동의했다.

외교부는 박진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18일 오후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담 및 만찬을 갖고 양국 간 현안과 공동관심사를 이같이 논의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이날 “강제징용 판결 관련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빠르면 오는 9월경으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 매각에 관한 법원 결정에 앞서 양국이 모두 수용 가능한 해법 등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일본제철, 같은 해 11월 미쓰비시 중공업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일본 측은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현재 약 6588억원)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 기업들도 강제동원 피해자 측에 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고,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 압류·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아왔다.

이와 관련 한국은 피해자 측 관계자, 학계·법조계·경제계 전문가, 전직 외교관 등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모색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이 하야시 외무상에게) 민관협의회 주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협의회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둘 수 있고, 일본 측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양국은 현금화는 안 된다는 인식을 엄중하게 공유했다”며 “현금화뿐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일본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은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시간을 갖고 의견을 교환했다”며 “(아직)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현금화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고, 그것을 피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18일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또 양측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지역·세계 평화 번영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장관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고 유연한 외교적 접근을 추진하기 위해 한일·한미일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운용 정상화 문제도 논의됐다.

박 장관은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 등은 양국 간 여러 현안을 종합적으로 놓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내용에 대해 박 장관이 일본의 수출규제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는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이런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19일에는 도쿄 총리관저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