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핵‧미사일 위협 대응 “모든 것 다 한다”…연합연습, UFS로 통합·확대

이종섭-오스틴 한미 국방장관 회담…EDSCG 9월 중 재개, 연내 TTX도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 오스틴 “한국 방위 위해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등 모든 범주 능력 사용“ 이종섭 “미 확장억제 공약 실제 실행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

2022-07-30     윤석진 대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이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 특파원 공동 취재단 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한미가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지속되는 도발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데 공감하고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우선 후반기 연합연습을 통합·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한국 방위를 위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능력을 사용하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강조했다고 한미 양국 국방부가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을 ‘활발하고 강력한 동맹’이라고 평가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역사상 가장 활발하게 미사일 시험을 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 동맹은 그런 위협에 대해 변함없이 준비된 상태를 견고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준비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며 북한 핵실험 억제 방안, 핵실험 시 한미 대응 문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 제고 방안, 한미 군사훈련의 수준 향상 방안을 의제로 제시했다.

또 “오늘 회담에서 여러 가지 성과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북한의 위협이 크면 클수록, 도발이 있으면 있을수록 한미동맹 관계는 더욱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실시 예정인 후반기 연합연습을 한국 정부가 유사시에 대비해 실시하는 을지연습과 아예 통합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8월 22~25일 실시될 올해 을지연습 목표를 국가위기관리 및 총력전 대응 역량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하는 것으로 정했다.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그동안 확산 추세에 맞춰 집중 대응을 위해 축소된 형태로 진행돼 오던 을지연습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양국 국방장관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한 것도 동맹의 억제태세 강화를 위한 일환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장관 회담에 앞서 미 국방부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워싱턴 특파원 공동 취재단 연합뉴스)

이 장관은 또 한미가 올 후반기 연합연습부터 군사 연습과 정부연습을 통합 시행키로 한 것과 관련 “연합연습의 명칭을 (을지)프리덤 실드(freedom shield)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을지 프리덤 실드는 방어적 훈련이라는 의미와 함께 대한민국 자유를 수호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 간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개에 합의했다.

이 장관은 회담 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EDSCG 개최 시점은 거의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이와 관련 9월 중 EDSCG가 열린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EDSCG 재개 의미와 관련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을 지켜줄 것인지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뭔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EDSCG”라고 설명했다.

EDSCG는 ‘2+2’ 형태로 한미 외교·국방당국 차관이 만나 확장억제 방향과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채널이다.

이 협의체는 지난 2016년 12월 출범했으나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등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중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EDSCG 재개를 공약했고,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이 이에 합의한 바 있다.

한미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미는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단호히 공동대응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EDSCG 재개 이후 연내에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Table Top Exercise)도 개최하기로 했다.

TTX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치·군사적 대응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이다.

특히 북한의 핵 도발 관련 핵 위협 단계, 핵 사용 임박 단계, 핵 사용 단계 등을 가정해 각각의 상황에 대한 한미 간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실시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EDSCG는 정책적 차원서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강하고, TTX는 군사적 차원서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실제 시행한다는, 실행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 “준비는 다 됐다”며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시기와 관련해서는 “준비된 것과 실제 핵실험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과거에 보면 준비 5개월 뒤에 한 적도 있기 때문에 언제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 특파원 공동 취재단 연합뉴스)

이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데 있어서 최종적 고려 요소가 뭔지를 묻는 질문에 “기상도 고려될 수 있고, 코로나(19)나 장마로 인한 어려움 등 북한 내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어떤 특정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돼서 안 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실험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핵실험 시점을 어느 시점과 연계할 것이냐는 것은 김정은의 의지”라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하며 거친 비난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양국 장관은 또 이날 회담에서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미 국방부가 전했다.

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문제가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포괄적인 정보공유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지소미아에 대한 별도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장관은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자유·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공동의 약속을 다시 확인했다.

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문제와 관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롭고 열린 항해와 비행이 보장돼야 하고, 대만해협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 같은 생각”이라며 “인·태 지역에서 자유롭고 열린 운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 공감했다”고 미국 입장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중국, 러시아 등의 군사동향과 한미 연합훈련의 관계에 대해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 함께 훈련한다는 차원보다는 2017년 해왔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이라든지 '퍼시픽 드래곤' 훈련 등은 과거 수준으로 한다는 입장은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한미 국방장관이 “빨리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서로 공감을 했다”며 “여러 다양한 형태의 지원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지원 지속 입장을 밝혔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달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에 이뤄진 이후 20일도 안돼 다시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