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CVID 다시 꺼내 “북 비핵화” 한 목소리…7년만에 NPT회의

뉴욕 유엔본부서 제10차 회의 개막…미·영·프 ‘북 핵실험 위협’ 성토 한국 “북, NPT 체제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 개발 유일한 나라” “모든 도발 멈추고,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NPT 완전 복귀” 요구 미국 “북 불법 핵 프로그램 확대, 역내에서 지속적인 도발을 계속” 일본 “추가 핵실험 가능성 우려…핵‧미사일 국제사회와 협력 대응” IAEA “북, 들어가지 못한 13년 핵능력 확대…합의 즉시 돌아갈 준비”

2022-08-02     윤석진 대기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7년 만에 다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CVID)의 비핵화를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NPT 평가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해 일반토의를 통해 “북한은 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CVID 방식의 북 비핵화 주장에 앞장섰다.

함 조정관은 이 회의에서 “최우선 비확산 문제는 북한”이라며 북한을 향해 “모든 종류의 도발을 멈추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고 NPT 완전 준수로 복귀”를 요구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7차 핵실험 동향과 관련 “북한은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올해만 31차례라는 전례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게다가 북한은 7번째가 될 추가 핵실험 준비도 기술적으로 마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단지 북한에 대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NPT 체제 자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연설하는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사진=연합뉴스)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위협, 이란의 핵개발과 함께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졌다.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북한을 향한 성토가 쏟아진 이번 회의에서 미국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장해 한국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은 계속해서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역내에서 지속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가 모인 가운데 평양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 직후 가진 회견을 통해 “지금은 NPT의 중요한 순간”이라며 북한과 더불어 러시아와 이란의 핵 도전을 꼽았다.

앞서 미국은 영국, 프랑스, 북아일랜드 등과 공동 장관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계속된 진전이 공동 안보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해체에 전념하고 있다”고 역시 CVID 방식의 핵 폐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국가들은 아울러 “북한에 모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관련 활동을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동안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CVID에 대해 북한이 ‘항복문서에나 등장할 법한 표현’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그동안 이 용어 사용을 자제해 왔으나 북한의 7차 핵실험 움직임 등과 관련 다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직후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일본 총리로 이 회의에 처음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북한에 대해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회의에서 “중동과 한반도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핵 위기가 곪아가는 이 시기에 거의 1만3000개의 핵무기가 전 세계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며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나 계산 착오로 '핵 전멸'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IAEA는 지난 13년간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계속 확대했다”며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북한에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문제 해결의 긴급성을 역설했다.

한편 NPT 평가회의는 5년마다 열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미뤄진 끝에 이번에 열렸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핵 군축, 핵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중심으로 NPT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