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일정 예정대로…미‧중 갈등 ‘위험 수위’

미 하원의장, 중 경고에도 2일 대만 도착…중 민주화운동 인사도 만날 예정 중국 강력 반발…번스 주중 미국대사 심야에 긴급 초치 ‘항의’ 외교적 강수 “중·미 관계 기반 심각 훼손하고, 중국 주권과 영토 완전성 심각하게 침해” 중국, 대만 방공식별구역 전투기 진입·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 등 ‘무력시위’ 대만 국방부 경계태세 강화…육·해·공 3군의 ‘전비정비 강화 지도기간’ 돌입 미국도 중국의 위협 행위 용납 안해 ‘경고’…‘하나의 중국’ 원칙은 거듭 확인

2022-08-03     윤석진 대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면담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만 총통부 제공, AP 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면담 등 대만 방문 일정을 시작하면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미‧중 간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우려와 경고에도 전용기 C-40C를 타고 2일 오후 3시 42분쯤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오후 10시 45분쯤 대만 타이베이(臺北) 쑹산(松山)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위협적 행동에 자극을 피하려는 듯 남중국해를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해 조지프 우(吳釗燮) 대만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 AP 연합뉴스)

그는 3일 차이잉원 총통 면담과 입법원 방문 등 주요 일정을 예정대로 이어간다.

그는 특히 이날 대만 인권운동의 상징 장소인 징메이인권문화원구((景美人權文化園區)를 방문해 중국의 민주화운동 인사인 우얼카이시(吾爾開希), 린룽지(林榮基) 등을 만난다.

우얼카이시는 1989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고, 린룽지는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납치, 구금됐다 풀려난 홍콩의 서점 주인이다.

중국은 미국의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대만의 독립 분위기 고조를 이유로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당일 오전에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전날 젠-16(J-16) 전투기 4대를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의 무력 시위를 벌였다.

중국중앙(CC)TV는 이와 관련 2일 오후 10시 25분쯤 중국군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횡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 4~7일 대만을 포위하는 실사격 훈련을 예고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중국 Su-35 전투기(위 사진, 바이두 갈무리). 대만군 수륙양용차 AAV7가 지난 7월 28일 연례 ‘한광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남부 핑둥현에서 실시된 해안 상륙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만도 군 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전투기의 대만해협 횡단 주장에 대해 “Su-35 전투기가 대만해협을 횡단했다는 온라인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 성명에서 “대만군은 대만해협 주변 바다와 영공의 활동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고 있으며 적의 위협에 대응해 적절히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또 2일 오전 8시부터 4일 자정까지 육·해·공 3군이 ‘전비정비(군사 대비) 강화 지도 기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공군은 펠로시 의장 일행의 대만 방문 안전 확보를 위해 ‘공중안전회랑’도 개통했다.

중국 정부는 2일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긴급 초치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항의하는 외교적 강수도 뒀다.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번스 대사에게 “펠로시가 온 세상이 비난할 일을 저지르고 고의로 불장난을 도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중·미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고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가 3일 보도했다.

셰 부부장은 아울러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을 엄중히 해쳤으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강경하게 미국 비판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성질이 극도로 악랄하고 후과는 극히 엄중하다”며 “중국 측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측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결연히 반격할 것이고, 우리는 한다면 한다”며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왼쪽)를 긴급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오른쪽은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자료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안전한 대만 방문 지원을 다짐하고, 중국 측이 보여준 일련의 위협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와 관련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그의 대만 방문에 대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확인하면서 한편으로 중국 달래기에도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