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의 스마트금융] 재테크, 왕도는 없는가

2022-09-01     송국진 기자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Money matters! 돈이 중요한 세상이다.

돈 벌기 위해 주식, 코인, 가상자산 투자로 낮이나 밤이나 바쁘다. 스마트폰 하나면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돈이 오고 간다.

언론이나 유튜브에는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차고 넘친다. 재테크 관련 책들도 수없이 쏟아진다. 언론은 ‘동학개미’, ‘서학개미’, ‘주린이’, ‘10만 전자’, ‘따상’ 등 앞다투어 신조어를 외쳐대면서 ‘주식 권하는 사회’를 부추긴다.

국내 증시 주가지수는 코로나 전 2200선, 코로나로 1400선으로 급락, 돈 풀어 3300선으로 급반등, 인플레와 긴축으로 2300선으로 급락, 최근 2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주식투자로 돈 벌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투자하라고 하지만, 공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러면 전문적으로 투자 연구를 하는 증권회사 직원들은 다 부자가 되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힘들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기관, 큰손, 개미 등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매일매일 돈을 벌려고 치고받는다.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결국 이익을 본 투자자들은 10% 이내라는 게 정설이다.

재테크 왕도는 없는가?

있다. 그것도 대체로 많이 알려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기투자, 적립식 투자, 글로벌 투자, 자산배분 투자, 목표기반 투자, 저비용 투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글로벌 장기 분산투자’다. 그간 강의에서 많이 활용했던 삼성자산운용의 ‘이기는 투자’라는 투자자 교육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 자료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투자원칙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투자는 왜 해야 하는가?

경제가 발전하고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금리는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다. 물론 최근에는 연 3% 수준으로 올랐고 어떤 금융기관은 5%를 준다고 요란을 떤다. 하지만 5% 이자를 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롭고 가입금액도 제한이 있다. 장기적으로 5%를 주는 예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 2~3% 수준의 금리로는 아무리 장기로 적금을 넣어도 돈이 크게 불어나지 않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하나 마나다. 연 5% 이상은 돼야 돈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려면 결국 리스크 있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45년간(1976~2020) 물가는 4.7배(연평균 3.5%), 장기국채는 19.0배(6.8%), S&P500 지수는 41.6배(8.6%) 상승하였다.

우리나라는 과거 35년간(1986~2020) 물가는 3.4배(연평균 3.5%), 정기예금은 7.9배(6.1%), KOSPI 지수는 28.3배(9.9%) 상승하였다. 이는 장기간 리스크 있는 자산에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결과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데 타당하다는 얘기다.

첫 번째 투자원칙은 장기투자다.

단기간의 주가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증권사의 연간 전망은 틀리기 십상이고 뒷북치기로 유명하다.

과거 70년간(1950~2020) 미국 S&P500의 일별 상승·하락 확률은 53.1%와 46.2%다. 과거 40년간(1980~2020) 우리나라 코스피(KOSPI)지수는 51.4%와 48.3%이다. 상승·하락 확률은 거의 반반이며, 동전 던지기와 비슷하다.

성공확률 70%를 우수한 투자자라고 할 때, 들어갈 때(매수)와 나올 때(매도) 두 번 성공해야 하니 성공확률은 50%도 채 안된다. 내릴 때 사서 오를 때 팔아 이익을 얻는 파도타기 기법(market timing)도 말이 쉽지 성공하기 어렵다. 많은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뒤늦게 사고 내리면 겁에 질려 팔고, 펀드도 오르면 가입하고 내리면 환매한다.

미국의 마젤란펀드는 13년간(1977~1990) 연평균 29%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는데, 투자자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았다. 이는 시장의 등락을 견디지 못하거나 단기적인 수익률에 취해 성급하게 환매한 데 원인이 있다.

미국 S&P지수에 1년간 투자하면 최고 72.3%, 최저 마이너스(-) 47.5%(연평균 12.5%), 10년간 투자하면 연간 최고 20.0%, 최저 마이너스(-) 4.5%(연평균 10.6%), 20년간 투자하면 연간 최고 18.6%, 최저 3.9%(연평균 10.5%)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KOSPI 지수에 1년간 투자하면 최고 236.2%, 최저 마이너스(-) 64.5%(연평균 13.6%), 10년간 투자하면 연간 최고 25.0%, 최저 마이너스(-) 8.6%(연평균 9.2%), 20년간 투자하면 연간 최고 13.0%, 최저 1.6%(연평균 7.8%) 수익률을 나타냈다.

단기적으로 투자하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재수 없으면 10년을 투자해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투자 기간이 길어져도 연평균 수익률은 8~10%로 별 차이가 없지만, 수익률의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은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장기투자가 답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 투자원칙은 적립식 투자다.

이는 시간을 배분하여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적인 투자방법이다. 주가가 내려가면 그만큼 많은 주식 수(좌수)를 매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 40년간 한 달에 10만원씩 KOSPI 지수에 투자했다면 누적 투자원금은 4930만원, 평가금액은 4.5억원으로 원금이 9.2배로 증가하였다.

젊은 세대들은 급여의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목돈이 있는 중장년 세대라면 여러 차례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면 이익을 크게 볼 수 있지만, 손해도 크게 볼 수 있다.

목돈을 모아서 나중에 투자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법으로,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적립식으로 리스크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장기 적립식 투자가 정답이다.

세 번째 투자원칙은 글로벌 투자다.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비중은 미국 43%, 중국 13%, 일본 7%, 홍콩 6.5%, 우리나라는 9위로 2.3% 수준이다.

당연히 미국에 많이, 우리나라는 조금만 투자해야 한다. 지역을 분산하고 통화를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을 잘 안다고 우리나라에만 투자하는 것은 투자원칙에 맞지 않고 리스크가 크다. 또 애국주의가 돈 벌어 주는 것도 아니다. 베트남이 뜬다고 베트남 펀드에만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각국의 시장 비중을 고려하여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네 번째 투자원칙은 자산배분 투자다.

투자성과는 90% 이상이 자산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종목 선정이나 마켓 타이밍의 영향은 아주 적다.

미국 월가에서 펀드매니저와 원숭이가 종목을 선정하여 수익률 경쟁을 하였는데 원숭이가 이겼다는 웃지 못할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수익이 나는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어렵다.

떨어질 때 사서 오를 때 파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다. 물론 좋은 종목, 마켓 타이밍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확률이 낮다는 얘기다.

또 주식이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을 준다 하더라도 선진국 주식펀드나 개도국 주식펀드에만 투자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이익이 크게 나기도 하고 손실이 크게 나기도 한다.

들쭉날쭉하다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쪽에서 손해를 봐도 다른 한쪽에서 이익을 얻어 장기적으로 양호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 배분이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 개도국의 시장 비중을 고려하여 ‘글로벌하게’ 주식, 채권, 원자재, 리츠 등으로 전략적 자산 배분을 하여 투자하는 것이 꾸준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섯 번째 투자원칙은 목표기반 투자다.

5년 후 아파트 구입을 위해 목돈을 마련하려는 경우 전액을 리스크자산에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투자 기간과 중요도에 따라 적절하게 안전자산과 리스크자산을 배분하여야 한다.

또 생애주기에 따라 리스크자산의 배분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과 은퇴를 앞둔 50대 후반의 투자는 달라야 한다. 20대 후반은 돈을 벌고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서 리스크자산에 많이 투자해야 하고, 50대 후반은 당연히 조금만 해야 한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손실을 회복할 시간이 짧아지므로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리스크자산에 ‘100-나이’ 정도(예를 들어 50세는 100-50=50%) 투자해야 한다는 재테크 법칙도 많이 알려져 있다. 목돈 마련 목표나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투자하여야 한다.

여섯 번째 투자원칙은 저비용 투자다.

장기간에 투자했을 때 조그마한 수수료 차이가 나중에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30년 투자할 경우 저비용 펀드(총보수 0.15%)와 고비용 펀드(1.5%)는 각각 4.2%와 35.1%가 보수로 차감된다.

만약 30년간 1억원을 연 5% 수익률로 투자한다면 저비용 펀드는 4.1억원, 고비용 펀드 2.8억원이 된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작은 수수료 비용 차이로 투자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한편, 유망한 종목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고비용 펀드(액티브 펀드)가 그냥 지수구성 종목에 투자하는 저비용 펀드(패시브 펀드, 인덱스펀드)보다 수익률 면에서 대체로 우수하지도 않다. 또 잘 나가는 펀드라도 계속 좋은 수익률을 내기도 어렵다.

그래서 ‘투자의 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워런 버핏은 인덱스펀드가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투자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원칙에 맞는 만능상품 TDF!

앞에서 언급한 투자원칙을 고려하여 개인이 글로벌하게 자산을 배분하기 위해 여러 개 펀드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리스크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은 어렵고 번거롭다. 이러한 투자원칙이 잘 반영된 만능상품이 있다. 바로 퇴직연금에서 주로 편입하고 있는 TDF(Target Date Fund)라는 상품이다.

군인들이나 MZ 세대라면 TDF 2045나 2050, 40대는 TDF 2035나 2030, 50대는 TDF 2025나 2030 정도가 적합한 상품이다.

‘2045’ ‘2035’ 등 숫자는 은퇴 시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예컨대 ‘TDF 2045’의 경우 지금은 80% 정도를 주식과 같은 리스크자산에 투자하다가 서서히 비중을 낮춰서 2045년 은퇴 시점에는 약 30% 정도로 줄여주는 상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로 착륙하지 않고 서서히 고도(리스크자산)를 낮춰 착륙한다(glide path)는 개념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리스크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투자상품이다.

젊은 세대들은 연금저축과 IRP(개인퇴직연금)에 가입하여 매월 적립식으로 TDF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은퇴 대비 재테크 방법이다. 어느 펀드가 좋을까 또 언제 가입하고 환매할까 신경쓸 필요도 없다. 연말 정산할 때 세금혜택도 받을 수 있다.

PB(은행이나 증권사 전문 상담직원)와 상담하여 우수한 3개 운용사의 TDF 2045~2050 상품을 선택하여 매월 100만원(1개는 40만원, 다른 2개는 각각 30만원)을 30년간 납입해 투자하면 30년 후에는 약 22억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누적원금은 3.6억원, 기대수익률 연 10%).

물론 미래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에 의거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연히 은퇴 무렵에 전쟁이 나거나 세상에 이변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장년층들은 배당이나 이자를 받는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TIF(Target Income Fund)가 만능상품이다. 또 배당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인프라 펀드(대표적으로 맥쿼리인프라펀드), 리츠펀드, 리츠ETF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면 리스크자산이 30% 정도 들어있는 TDF 2025도 대안이다.

이러한 상품들도 당연히 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슴 저림(리스크)의 대가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연 4~7%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돈을 좇지 말고, 돈이 돈 벌게 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안 하는 게 상책이다. 리스크가 크고, 얽매이게 되고, 일희일비하기 쉽다.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고급 정보로 투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반칙이고 자칫하다가는 불법에 휘말리게 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이익을 많이 보려고 하면 리스크도 그만큼 크다. 그렇다고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한마디로 ‘글로벌 장기 분산투자’가 답이다. 이러한 원칙을 알아도 더 많이 벌려는 욕심 때문에 실천하기 쉽지 않다. 필자도 실천하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실천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다.

옛날 어른들은 돈을 좇아가지 말라고 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맡기듯이 투자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우리는 일 하고, 자기 계발하고, 운동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친구들과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면 된다. 돈이 돈 벌게 하고!!!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