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특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위력 행사’ 혐의 기소

안미영 특검팀 100일 수사 결과 발표…장교 5명 등 8명 기소 164명 조사, 18회 압수수색···가해자 분리 안 하고 허위 보고 전 실장 ‘부실조사’ 의혹 빌미 군인권센터 녹취록 제보자 조작 직속상관 20전비 대대장, 중대장은 피해자 사망 전 2차 가해 대대장은 피해자‧가해자 분리돼 있다 허위사실 보고한 혐의도 특검팀 “피해자 고통 외면 그릇된 문화, 낡은 관행 개선돼야”

2022-09-13     윤석진 대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 사망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안미영 특별검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10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공군 성폭력 피해 사망 고 이예람 중사 사건 관련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본인을 수사하던 군 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 이 중사 사건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13일 전 실장 등 공군장교 5명과 군무원 1명, 전 부사관 1명 등 모두 7명을 지난 9일 불구속 기소했다는 요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 변호안 1명은 녹취록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검팀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6월 5일부터 100일 동안 수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동안 모두 164명을 조사하고, 18회의 압수수색 등을 실시했다.

전 실장이 ‘부실 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 군인권센터 공개 관련 녹취록은 제보자의 조작으로 판명됐다.

특검팀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공개된 ‘군 검사들 대화 녹취록’을 음성분석과 디지털 증거분석 등의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공군 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가 녹음장치와 음성합성 프로그램으로 위조해 제보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변호사는 공군 법무관 근무 시절 전 실장에 대해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이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 실장은 그러나 자신을 수사하던 군 검사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수사자료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계급과 지위를 과시하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군 성폭력 피해 사망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안미영 특별검사(가운데) 등 팀원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의 수사 결과 ‘이 중사의 직속상관이던 공군 20전비 대대장과 중대장의 피해자 사망 전 2차 가해’ ‘이 중사 사건을 송치 받은 20전비 군 검사의 직무유기’ ‘이 중사를 강제로 추행한 당시 선임 부사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이 이뤄진 사실을 밝혀냈다.

전익수 전 실장은 이 사건을 부실조사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관련 의혹의 핵심 증거로 여겨졌던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녹취록은 제보자의 ‘조작’으로 판명됐다.

특검팀은 또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채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는 등의 언급으로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관계자들도 기소했다.

그 중 20비 대대장은 이 중사와 가해자가 분리돼 있다고 허위사실을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이 대대장은 이 중사에 대한 일부 관련자들의 회유, 은폐 시도를 알면서도 그들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중대장은 20전비에서 전출된 이 중사가 새로 전입하려는 부대에 “이 중사가 좀 이상하다”는 등 허위 소문을 퍼트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사 사건을 담당했던 군 검사는 2차 가해 관련 정황을 알았으면서도 관련 수사 등을 진행하지 않고 휴가 등을 이유로 내세워 이 중사 조사 일정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 군 검사는 조사 연기를 요청했으면서도 상부에는 이 중사가 조사를 요청한 것처럼 허위보고 했으며, 수사 중 확보한 이 중사의 신변 비관 글을 단체대화방에서 누설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부사관 한 명은 “이 중사가 나를 성추행 혐의로 거짓 고소했다”는 헛소문으로 괴롭혔다는 사실도 새로 파악됐다.

공군본부 공보담당 한 장교는 기자들에게 사건을 서멸하면서 이 중사가 부부간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전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은 “성폭력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을 외면하고 설 자리마저 주지 않는 군대 내 그릇된 문화와 낡은 관행이 개선되고 이 중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꽃다운 나이에 품었던 꿈을 채 펴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 중사의 명복을 빌고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