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평양포럼 “북, 중‧러와 밀착 통해 핵보유국 인정 노려”

민간 외교‧안보 싱크탱크…‘인도‧태평양지역 정세보고서’ 분석 “북한 비핵화 더 어렵게, 더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 만들어” “북미 협상 결렬, 남북 관계 재경색으로 핵개발에 더욱 집착해” 윤 정부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 “결실 보기 쉽지 않아”

2022-09-16     윤석진 대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정권수립(9·9절) 7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평양 만수대 기슭에서 열린 경축행사에서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분석이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16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에 본부가 있는 민간 외교‧안보 연구단체 태평양포럼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이와 관련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역내 신냉전 구도를 형성하려고 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역내 긴장 고조로 “현재 한반도는 더 넓고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 속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새로운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냉전 구도를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이들에게서 핵 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강령적 과업 관철을 선동하는 북한의 선전화.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무기고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역내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 나라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결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핵 개발에 더욱 집착하게 된 것은 북미 협상 실패와 남북 관계 재경색이 요인이라며 “핵 개발 외에는 의지할 데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의 선제타격 조건을 명시한 이른바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관련 사실상 핵 무력 완성을 공고히 할 뜻을 밝힌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마지막 희미한 희망마저 꺾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아울러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정황이 파악되고 있는 데 대해 “미국과 한국의 대화 재개 노력에 더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북한이 한미동맹 강화 기조와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 공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타이완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서 미국을 비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과 관계 개선에 더는 의지가 없음을 나타내는 징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석이 맞다면 “한국 정부의 어떤 행동도 김정은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제안한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결실을 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 내에서도 지난 4년간의 대북 관여 정책 결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현재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북한과 화해에 정치적 자산을 걸려는 시도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대북 압박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북한이 올해 초부터 이어온 미사일 시험발사를 더 확대하지 않고, 7차 핵실험을 아직까지는 하지않아 역내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않은 것은 다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보여준 활동은 언제든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 관련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활동들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와 관련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도 아직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볼 때 “연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7차 핵실험 실시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