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서훈 구속에 “최고 북 전문가…그런 자산 꺾어 안타까워”

“오랜 연륜·경험 갖춘 신뢰의 자산 다시 찾기 어렵다” 박지원 “미 정보기관, 북 당국자도 필요 아쉬워 할 것” 이낙연 “귀중한 정보‧전략 자산…국가 역량 훼손 오판” 법원 “범죄의 중대성…증거인멸 염려 있다” 영장 발부

2022-12-04     송국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자료 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데 대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국가 자산이라며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이 구속된 뒤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 전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모든 대북 협상에 참여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 전략가, 협상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울러 서 전 실장에 대해 “한미 간에도 최상의 정보 협력 관계를 구축해 미국과 긴밀한 공조로 문재인 정부 초기 북핵 미사일 위기를 넘고, 평화 올림픽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면서 평화의 대전환을 만들어 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에도, 한미 간에도 최고의 협상 전략은 신뢰”라며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고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신뢰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는다”며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더욱 힘이 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또 다른 핵심 인사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서 전 실장 구속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전 원장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분(서훈 전 실장)만큼 남북 실무, 정책,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분이 없다”며 “미국 정보기관도, 북한 당국자도 필요하고 아쉬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필요한 분”이라며 “보석, 불구속 기소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윤 대통령님의 용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6.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서훈을 DJ(고 김대중 대통령)께 국보라 했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 전 실장 구속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서 전 실장은 국정원에서 30년간 대북 업무를 담당한 최고의 안보 전문가인데 검찰의 보복수사로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한 개인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다”며 “한반도에 길게 드리워지고 있는 먹구름이 불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서 전 실장 구속과 관련 “서훈 전 실장은 해외에서도 신뢰받는 대한민국의 귀중한 정보 및 전략 자산”이라며 “국가의 대내외 역량을 훼손하는 오판”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임 정부 각 부처가 판단하고 대통령이 승인한 안보적 결정을 아무 근거도 없이 번복하고 공직자를 구속했다”며 “현 정부는 그런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뒤집고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라며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의 대외 신뢰도는 추락하고, 공직 사회는 신념으로 일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서 전 실장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국방부 등 관계 부처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용했다.

서 전 실장은 이후 피살 사실이 알려진 뒤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해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도 받고 있다.

앞서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지난 2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쯤까지 총 10시간 가량 걸렸다.

이 제도가 1997년 도입된 이래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