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래 ‘게임체인저’ 전략무기 개발 가속화

김정은 “핵장거리 타격능력 제고”…극초음속무기·핵잠수함 개발 천명 핵탄두 SLBM 목표…‘다탄두 ICBM’용 MIRV 기술 막바지 ‘핵능력 강화’

2021-01-10     김한규 기자

[국방신문=김한규 기자]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과 극초음속무기 개발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미래 ‘게임체인저’ 전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능력을 갖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이어 이들 ‘게임체인저’를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동북아에서 전략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추진 연료로 사용하는 핵잠수잠은 기술적으로는 무기한 잠항이 가능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은밀히 침투해 기습 공격이 가능한 전략무기다.

또 극초음속 무기 또한 현존 미사일 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강의 무기체계로 통한다.

◇ 북한, 핵잠수함·핵탄두 장착 SLBM 개발 천명 = 9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지난 사흘간(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특히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힘에 따라 배수량이 최대 5000∼6000t급 가량으로 추정되는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본설계를 끝내고 최종 검토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본설계에는 핵잠수함에 들어갈 장비와 배수량, 전력화 일정 등이 담긴다. 기본설계 심사가 통과되면 상세설계와 잠수함 건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초부터 시작하면 3∼4년 내에 건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아울러 북한은 핵잠수함에 탑재할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도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핵탄두가 들어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우라늄 기반 핵추진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자력잠수잠(SSBN)’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SLBM용으로 소형화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SLBM용은 ICBM용보다 더 무게와 크기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태평양 하와이, 괌을 비롯해 미국 서부 본토 인근 수중까지 항해하면서 본토 전역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핵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된다.

북한은 2019년 10월 공개한 SLBM ‘북극성-3형’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괴물 ICBM’.(사진=38노스 제공)

◇ 극초음속무기도 개발 추진…“시험제작 준비” = 북한은 또 극초음속무기 개발 의사도 처음으로 밝혔다.

통신은 “신형 탄도로케트들에 적용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비롯한 각종 전투적 사명의 탄두개발연구를 끝내고 시험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극초음속무기 개발분야에서 선두권인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북한에 유입돼 극초음속 활공비행 기술을 상당히 축적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20(음속 5∼20배)의 속도로 비행해 발사 초기 지상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무기 못지않게 파괴력을 가진 미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로켓 부스터 추진에 따라 높은 고도로 올라가서 부스터에서 분리된 후 대기권 내에서 진행 방향을 바꾸면서 약 30∼70km 고도에서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활공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비행 궤적을 보임에 따라 현존 미사일방어체제(MD)로 요격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은 마하 20의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후 탄두를 분리하면 무동력으로 표적을 향해 활공한다. 불과 10분 이내에 지구상 모든 표적을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식별되지 않고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B-1B 전략폭격기에 극초음속 미사일 30발 안팎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둥펑-17’은 핵탄두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고 비행 중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궤도 변칙 비행이 가능한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최대 속도가 마하 20 이상으로, 모두 16개의 분리형 독립목표 재돌입 핵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일본도 극초음속 크루즈 미사일(HCM)과 초고속 활공탄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도 지난달 16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다양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는 차원에서 극초음속 유도탄을 ‘소요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은 “다탄두 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탄두 ICBM’ 개발을 위한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 기술 연구가 막바지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화성’ 계열 신형 ICBM이 목표로 하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 미사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MIRV 기술이 완성되면 ICBM을 발사할 경우 목표지역 상공에서 여러 개의 핵탄두가 분리되어 제각각 비행하며 여러 개의 도시를 동시에 핵 공격할 수 있다.

실제 열병식에서 공개된 새 ICBM은 다탄두 장착이 가능한 형상으로 보였지만, MIRV 기술의 완성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의견이 많았다.

북한은 또 “수중·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며 고체엔진 미사일 개발도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전술무기화를 비롯해 ‘초대형 핵탄두 생산’ 추진도 지속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하여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데 대한 목표가 제시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거리 1만5000㎞의 ICBM이면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11축 22륜(바퀴 22개)인 ‘괴물 ICBM’을 공개했다. 이 ICBM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