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유럽 방산시장 잠식 시작”…K-방산 ‘약진’ 전망 나와
미 포린폴리시(FP), 전문가 헤르징거 기고문 게재 나토 주력 독일 레오파르트2 동맹국 신뢰 흔들려 대안 찾는 움직임 강해져 “한국 탱크 라인 존재감” 폴란드 대규모 계약 “라인메탈보다 훨씬 경쟁력” ‘기술 이전 통한 현지화’ ‘뛰어난 생산 능력’ 장점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한국산 전차가 유럽 무기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K-방산’의 약진을 전망하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와 주목된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육군 주력전차인 독일의 레오파르트2 전차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독일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탱크 지원에 동의했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동안 핑계를 대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독일 전차에 계속 의존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FP는 이 같은 내용의 블레이크 헤르징거 미국기업연구소 인도·태평양 국방정책 연구원이 쓴 ‘한국이 유럽의 전차 시장을 휩쓸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독일의 레오파르트2는 현재 유럽 각국에서 2000여 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P는 유럽의 중심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의 주력 전차인 르클레르(Leclerc), 레오파르트2를 대체할 신형 전차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독일의 부실한 방산 공급망이 이번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 과정에서 드러났다면서 유럽 국가들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사이 한국의 탱크 라인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폴란드를 언급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현대로템과 K2 전차 180대, 한화디펜스와 K9 자주포 212문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 경공격기 48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FP는 한국의 K2 전차에 대해 “한국이 미국 탱크 플랫폼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5년 개발에 착수, 2014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며 “레오파르트2의 모작으로 치부하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유럽 최고 전차들과 비슷한 성능을 갖추고 있고 레오파르트2와 경쟁하는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였다”고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FP는 한국이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거래 계약을 따낸 것에 주목하며 “폴란드에게 한국과 거래는 (레오파르트2를 생산하는)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보다 훨씬 빠르고 경쟁력 있는 금액으로 전차를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동유럽 국가들이 소유하고 있던 구식 소련시대 전차 중 다수가 이미 우크라이나로 지원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면서 한국의 K2 전차 등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구식 전차들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더 있어 한국 방위산업이 휩쓸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FP는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산 무기의 장점으로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화’ ‘뛰어난 생산능력’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2 지원 계획을 발표한 노르웨이도 신형 주력전차 도입(MBT) 우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K2와 레오파르트2A7을 최종 후보에 올려놓고 저울질 중이다.
노르웨이의 이 사업은 2001년 도입한 독일산 레오파르트 L2A4 전차를 대체할 신형 전차 총 72대를 구매하는 내용이다.
튀르키예의 주력전차 알타이도 K2 파생모델이며, 슬로바키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옛 소련제 T-72 탱크를 대체할 목적으로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FP는 만일 폴란드가 K2 전차를 계획대로 1000대 운용하게 될 경우 다른 유럽 국가들도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 K2 전차 구매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한국에 유리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FP는 그러나 유럽 전체가 탱크 구매처를 당장 한국으로 바꿀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거부하는 등 러시아의 반응에 민감하고, 또 유럽과 거리가 멀다는 점 등은 약점이라는 게 FP의 설명이다.
한편, 인도 유라시아타임즈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가 한국 방산업체와 2억달러(약 2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하며, 한국이 유럽의 방산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이 언급한 사례는 지난달 30일 SNT중공업이 튀르키예 BMC사와 알타이 주력전차(MBT)에 탑재될 1500마력 자동변속기 수출계약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변속기는 K2 전차의 ‘파워팩(엔진+변속기)’의 핵심 장비에 해당한다.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파워팩을 독일에서 수입해 탑재해왔다.
SNT중공업은 이 변속기를 2005년 개발을 시작해 2014년 세계 최초로 전진 6단, 후진 3단의 전차용 1500마력 자동변속기 개발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SNT중공업의 이번 튀르키예와 알타이 전차에 장착할 변속기 계약 체결은 파워팩의 국산화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는 것이어서 큰 성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