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일 전범기업 제외
정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서 판결금·지연이자 대신 지급 포스코 등 16개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 기부 통해 재원 마련 박진 장관 “일본의 새로운 사죄가 능사 아냐”…강제징용해법 발표 “日정부 사죄 없고 전범기업 면죄부” 일부 피해자·관련 단체 반발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정부가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조성하는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지급한다고 6일 공식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인 원고의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판결금 등을 지급키로 했다.
박 장관은 재원과 관련해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를 비롯해 16개 정도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재원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 피고기업의 배상 참여가 없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부금 형태로 조성하는 돈으로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돼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노역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 15명이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3명이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 9건을 비롯해 고등법원과 1심 법원에서 각각 9건, 5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 장관은 이날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 간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제징용 해법 마련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일 양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미래청년기금(가칭)’ 공동 조성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