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 대결전’ 용어 동원…위협 수위 어디까지?
북한 주요매체서 10여년만에 등장…“원쑤들 무자비하게 징벌” “한미연합연습 등 한미동맹 대응·내부결속 강화 의도” 분석도
[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이 주요 관영매체를 동원해 ‘대남 대결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대남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주로 대외용 선전매체를 통해 대미·대남 비방을 일삼던 북한이 최근 전 주민이 보는 관영매체에서 노골적인 어휘를 동원해 남측 비난 보도를 내놓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 것에서 비난 수위를 더 높인 것이어서 북한 지도부가 한미연합연습에 큰 부담을 느끼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9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관영매체 보도를 분석한 결과 북한은 이달 들어 ‘대남 대결전’ 표현 사용 빈도를 크게 늘렸다.
이들 매체는 24일 한미연합훈련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는 “청년들이 ‘반미, 대남대결’의 칼날을 더욱 서슬푸르게 벼리여 갈 불같은 맹세를 다짐하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특히 “원쑤들을 절대로 용서치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하리라”고 위협하면서 ‘대남대결전의 세기적 승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지난 23일 ‘청년집회’ 및 ‘전시가요대렬합창행진’ 개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조선 청년의 영웅적 기상으로 반미, 대남대결전에서 세기적 승리를 떨치자”라고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특히 리영철 석탄공업성 부상의 인터뷰 기사에서 “우리가 보유한 무진막강한 핵은 결코 광고용, 선전용이 아니다”며 “주체조선의 핵보검이 얼마나 거대하고 위력한 것인가를 침략자들이 운명을 고하는 마지막 순간에 통절히 맛보게 해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청년 140만여명의 인민군 입대·복대를 탄원(자원)하고 있다며 “새세대들은 (중략) 반미, 대남대결전의 세기적 승리를 기어이 안아올 각오에 충만되여 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그동안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여기는 측면에서 ‘반미 대결전’(反美 大決戰)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기는 했으나 ‘대남 대결전’ 표현은 거의 쓰지 않았다.
북한 주요매체에서 ‘대남 대결전’ 용어가 등장한 것은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월 16일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은 영원한 선군태양’이라는 기사에서 언급한 것이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는 남측 인터넷에 “김정은 동지에 의해 대미, 대남대결전에서 최후승리가 눈앞에 도래하고 있다는 글들이 가득 넘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남측을 직접 겨냥해 ‘대남 대결전’을 촉구하는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북한이 10여년만에 남측을 ‘명백한 적’ ‘대적 투쟁’ ‘대남 대결전’ 대상으로 규정하며 적대감을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제8기 제5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부터다.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대적·대남의식’을 언급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측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 대결전 표현 재등장과 관련해 “북한은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대결전’ 용어를 대등·대적 관계인 대미 차원에서 써 왔다”며 “최근 대대적 한미연합연습 등 한미동맹에 대응해 핵공세를 강화하면서 ‘대남 대결전’을 내세워 ‘전쟁·전승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