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칼럼] 분위기 모르는 음주 장군의 말로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지혜로운 장수가 필요하다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에 천안함이 폭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날에 합참의장(대장 이상의)은 육군교육사령부에서 합동성 강화에 대한 토론을 마치고 서울로 귀가 중에 있었다.
문제는 음주였다.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합참의장의 음주에 대한 상황을 파악했고 군 내부 의 고발자에 의해 음주에 대한 문제는 확대되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제일 먼저 표적이 된 사람이 합참의장이었다. 어쩌면 이상의 합참의장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작전지휘의 주된 원인은 합동성의 부족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상의 의장은 합동성 강화에 대한 토론을 했던 것이다. 결국 합동성 부족으로 팽 당한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음주 때문이었다.
이번 서해 최북단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고속함 간부가 야간 임무 수행 중 실종된 지난 8일 저녁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일부 참모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에 대해 일파만파 음주파동이 일고 있다. 음주는 군부대의 별자리를 쓸어내리는 악마로 불려지고 있다.
19일 해군 등에 따르면 부 총장은 지난 8일 국방부에서 열린 고위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후 해군본부로 복귀했다. 이후 총장 공관에서 새로 바뀐 참모 중 3명과 저녁을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측은 "해군본부 참모들이 다 바뀌었는데 총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이 가운데 참모 3명만 공관으로 불러 저녁 식사 겸해서 잠깐의 반주를 곁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 오후 10시께 450t급 유도탄고속함의 A 중사가 백령도 남방 해역에서 실종됐고, 오후 10시 30분께 해군본부 주요 직위자들에게 실종 사고를 알리는 문자가 휴대전화로 전파됐다.
해군본부는 즉각 긴급조치반을 소집해 상황을 모니터링했는데 이때 참모차장이 참석했다. 상황 관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 총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해군 측은 "당일 총장은 진행되는 사항을 유선으로 보고를 받으면서 상황을 관리했으며 (집무실 및 지휘통제실로) 들어 오지 않은 것은 접적지역 상황은 합참과 작전사령부, 2함대 등의 작전계통에서 주도적으로 하고 해군은 인명 구조 및 수색 작전 등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사건 발생 후 긴급조치반이 소집된 가운데 작전훈련처장(대령)이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해군 지원 및 조치 사항을 판단했다"며 "참모차장 및 정보작전참모부장은 긴급조치반 소집 대상은 아니지만, 상황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추가로 들어와서 상황을 모니터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부 총장이 참모들과 가진 저녁 회식에서 '과음'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군 측은 "음주 때문에 그랬다는 의혹 제기는 과한 것이고, 총장은 사건 당일 저녁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반주 정도인데 악의적인 의혹 제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실종 당일 저녁 백령도 해상에서는 함정과 해경 함정, 관공선 등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벌어졌다. 자칫 실종자가 북한 해상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있는 등 긴박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해군 최고 지휘관인 총장이 해군본부 대책회의를 주관하며 구조 상황을 지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부 총장에 대한 '음주'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명의 사성장군이 음주로 인해 자리를 지키지 못할 형편에 놓였다.
아무리 중요한 일을 했다손 치더라도 때와 장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행한다면 그 결과는 좋게 나올 수가 없다. 더이상 음주로 인해 자리를 떠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