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장관 “핵추진 잠수함 개발 면밀 검토”

기자간담회서 밝혀…“북핵·미사일에 억제·대응 태세 갖춰” “전작권 임기 내 진전된 성과낼 것…한미연합훈련 준비중” 전문가 “마음만 먹으면 2∼3년 안에 핵잠수함 건조 가능”

2021-01-28     송국진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개최한 신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국방부 제공)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원자력 연료 추진 잠수함 개발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재임 기간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군의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여부에 대해 “기술력, 국가재정 등 살펴야 할 요소가 많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이 핵잠수함 건조 문제에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 장관은 또 경항공모함 추진관 관련해 “작전 성능을 보면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고 건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으로 열린 합동참모회의에서 경항모 건조사업에 대해 소요(연구개발) 결정을 했다. 경항모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전방위 안보 위협에 대응한 미래 합동전력이라고 평가하고 소요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장관은 이어 “전작권 전환은 강한 국방, 더 강한 연합방위체계를 위한 시대적 과업”이라며 재임 기간에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끝내는 한편,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연도에 대해 미국과 합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장관은 또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적인 무기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보다 양적이나 질적으로 감시정찰·타격·요격 능력이 우세하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서도 한미동맹과 독자적인 능력을 통합해 억제하고 대응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험발사를 마친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은 충분히 탐지·요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장관은 이어 “동맹 차원의 맞춤형 억제전략,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전략적 타격체계를 보완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초 열린 노동당 8차 회의에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 전략무기 개발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디젤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사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도 보유하겠다고 공언한 점을 고려하면 우라늄 기반 핵추진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SSBN)’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보고-Ⅲ 배치-Ⅰ 3000t급 2번함 안무함 진수식.(사진=방위사업청 제공)

북한이 핵잠수함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전략원잠(SSBN)’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한국군도 핵잠수함을 단기적으로 건조하거나 국외 구매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해 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 장관이 한국군의 핵잠수함 보유와 관련해 ‘걸림돌’로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한미원자력협정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술력’과 ‘국가재정’을 살펴야 할 요소로 거론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축적된 잠수함 건조 기술과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고려할 때 마음만 먹으면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이 핵잠수함 보유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원자력협정이 군사적 목적의 핵물질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이 핵을 연료로 하는 잠수함을 운용하는 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곤 했다.

그러나 한국군이 추진할 핵잠수함은 엔진만 핵연료로 가동하는 핵잠수함(SSN)으로,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원자력잠수잠(SSBN)’이 아니어서 한미원자력협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핵물질이 무기가 아닌 핵잠수함의 연료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다가 무산된 우리 군의 핵잠수함 개발사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재추진을 위한 검토를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고, 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겠다”며 핵잠수함 도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당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며 핵잠수함 개발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