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패와 요새’ 하나님 애착과 안전기지(Secure Base)
/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시편 18:2)
이 고백은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고백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상황 속에서 체험한 결과 확신에서 나온 고백이요 체험적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힘이 되어 주셔서 도와주시고 구해주시고 승리케 하셨음을 증거했습니다. 여러 비유를 사용하면서 그 앞에 ‘나의’ ‘나를’ 같은 1인칭을 붙였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표현들은 팔레스타인의 특수한 지형과 관련된 것이기에 군사용어입니다. 이는 다윗이 유리 방황하며 고난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 그리고 전쟁의 위기를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석’은 낭떠러지 높은 절벽으로 안전한 피난처가 되며, ‘요새’는 가파르고 접근이 어려운 곳에 설치된 망대로, 적군의 동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공격을 피하거나 저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지시는 이’는 구원자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무엘상 23장 24~29절의 말씀처럼, 사울이 다윗을 쫓다가 다윗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블레셋이 침노하는 바람에 급히 퇴각한 사건에서 보듯 하나님이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을 지켜주시고 정말 절묘한 극적 구원의 손길로 구해주셨다는 것입니다.
‘나의 하나님’에서 하나님은 히브리 원어로 ‘엘로힘’인데 창세기 1장 1절에도 나옵니다. 이는 그가 ‘창조주 하나님이신 전지전능하신 분’이 자신을 도와주셨음을 고백하는 것이니다.
‘바위’는 반석보다 큰 것으로 돌산과 같은 큰 봉우리인데 변함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하며, ‘방패’는 원수의 화살 같은 공격을 막아주는 무기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뜻합니다.
또한 ‘뿔’은 힘이나 권세를 상징합니다. 즉, 어려움 가운데서 구해주신 하나님의 능력과 권세를 표현한 것입니다. ‘산성’은 험하고 높은 산꼭대기에 축조된 성으로 피난처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표현들은 하나님께서 자신 다윗을 보호하시기 위해 놀라운 힘으로 도와주셨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하나님이 안전기지’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안전한 곳이며 적의 공격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피난처로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위기에서 구원하시고 보호해 주시는 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전기지’(secure base)라는 용어는 존 볼비(Edward John Mostyn Bowlby)의 ‘애착이론’에서 나온 말인데, 아기가 생애 초기 양육자와 갖는 애착(attachment)이 인간 본성의 기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빌딩을 지을 때 기초공사로 땅을 깊이 파서 철심 박고, 콘크리트의 양을 충분히 부어 넣어야만 높이 올려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건물이 될 수 있듯이 애착 형성은 엄마가 아이의 마음에 기초공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심리적 안전기지’가 꼭 ‘엄마의 품’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를 응원해주는 존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 언제나 보호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어떤 경우에도 사랑해 주는 존재,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편이 되어 주는 존재, 어떤 하소연과 억울함을 호소할지라도 들어 주는 존재’가 바로 우리의 안전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어릴 때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부모도, 부모와 믿음과 신뢰를 형성하지 못해 부모 대신에 의지하고 집착했던 친구나 교우들도 영구적이지 못하고 완벽하게 안전하지 못합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사랑해 주고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 대상을 사랑으로 포장해 상대방에게 그렇게 해 주길 간절히 원하지만, 그것을 사람 사이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애착(attachment)의 결핍 상태에서 ‘안전기지’(secure base)를 찾기 위해 오늘도 헤매야 할까요?
‘하나님 애착’(attachment to God)을 연구한 리 커패트릭(L. Kirpatrick)은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애착, 행동’ 역시 창조적 구조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절대적 의존 대상으로 인정하고 돌보시는 은혜를 사모하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관계가 될 때 ‘안정 애착’ 하나님 애착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안정 애착’ 관계에서는 하나님이 안전기지가 되고 안전한 안식처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단순하게 애착 대상을 상실하여 대안적 애착 대상으로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평생 여호와를 안전기지로 삼았습니다.
다윗은 시편 23편 6절을 통하여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하나님께 나온 것이 하나님과 평생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 자신의 ‘안전기지’의 고백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눈동자 같이(עָ֑יִן בַּת־ כְּאִישׁ֣וֹן) 지키시고(שָׁ֭מְרֵנִי)” “주의 날개(כְּ֝נָפֶ֗יךָ) 그늘 아래(בְּצֵ֥ל)에 감추사(תַּסְתִּירֵֽנִי׃)”(시편 17:8) 우리를 보호하시고 지키시는 여호와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하며 살 때 우리 모두가 여호와의 힘을 입고 여호와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이미 이기고 사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