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법률GOP](25) 군형법상 항명죄

/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2024-07-07     한상현 전문기자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기초사실>

2023년 대민홍보지원을 위한 ‘실종자 수색작전’ 중 해병대 용사 1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해병대 제1사단장은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그 지시에 따른 현장지휘관의 판단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수색작전이 이루어지던 중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한편, 2022년 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 사건’의 수사권은 민간 경찰로 이관되었고, 군 수사기관은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하였고, 그 수사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상북도경찰청으로 이첩한다는 내용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어 서명 결재를 받았다.

그 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과 통화를 하였고, 국방부 장관은 모두 다섯 차례 전화를 걸어 국방부 법무관리단에 소속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보고서 경찰 이첩을 중단하라”고 반복 지시하였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와 같은 국방부 장관의 업무 지시에 대하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안 해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이 특정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내리는 명령으로서 군사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군사상의 의무에는 반드시 작전행위라는 군의 고유한 임무뿐 아니라 군의 사기, 군기 및 군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임무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명령이 군사상의 필요성을 넘어 지나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 1967. 3. 21. 선고 63오4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도2233 판결 등 참조)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는 군 민주화의 문제와 국가 안보를 위한 남북 대치 상황에서 상명하복의 군 기강 확립의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고민과 접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상관 명령의 적법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반항, 불복종할 수 있는 상태가 허용된다면, 군 존립 자체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명된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불법한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 수령자는 그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함이 없이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고등군사법원 1996. 7. 23. 96노145)

위 불행한 사안에서 해병대 수사단은 군 수사기관으로서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할 권한이 없다. 수사관할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에서 사망사고 발생 즉시, 해당 사안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을 했어야 하며,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이에 대한 혐의 유무와 피의자를 정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군사법원법’의 규정을 무시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국방부 장관은 위법한 수사절차에 따른 보고에 대하여 결재를 하였으나, 곧 이 명령을 철회하고 ‘수사결과’의 이첩을 보류하라는 공식적인 명령을 다섯 차례 반복하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명령은 군사법원법에 따른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의 사건 판단(죄명 적용, 범죄사실 구성)’이 포함된 결과를 공식적으로 ‘수사권 있는 수사기관’에 문서화해 전달하여서는 안 된다는 명령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일한 이 불행한 사망사고에 대해서 경상북도 경찰청도 수사를 통하여 해병대 수사단과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수사권 없는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그 수사 또는 조사 결과를 이첩이라는 형태로 경북도 경찰청에 전달하는 것은 부당한 수사권 행사에 해당한다.

성범죄 사건과 군내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 군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명백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 이첩을 보류하도록 하는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는 현재의 국민적 감정과 달리, 군형법상의 항명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개인의 당부 판단으로 위법성 여부가 대체로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첩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하는 최고 군지휘관인 국방부 장관의 명령도 이와 같이 거부할 수 있다면, 항명죄는 사문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첩 보류 이후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군형법 제44조 항명죄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고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그 밖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승우 대표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도산전문변호사
- 대한 변리사 자격 취득
- 사법연수원 제37기
- 서울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30기)
- YTN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 라디오 진행
- TBN 한국교통방송 라디오 고정 출연
- KBS, SBS, MBN, YTN 등 다수 방송 출연

※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주장)임을 밝히며 국방신문의 편집 방향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