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칼럼] 군대의 제1 사명 ‘경계와 훈련’

/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2024-09-11     송국진 기자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국방부 장관은 용산(국방부)에서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사단 취약지역의 철책선을 걱정한다. 그러나 그 철책의 경계를 맡은 중대장은 국방정책을 걱정한다.”

필자가 국방부 근무 시에 들은 어느 국방부 장관의 말이다. 이 얘기는 언뜻 듣기에 웃음이 나오지만 잠시 그리고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경계작전과 평시훈련은 군의 기본이다. 경계작전을 제약하거나 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만연되는 것은 군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요소다.

강군의 요소는 우선 무기이고 그와 병행하는 중요한 부분이 훈련이다. 동시에 한국적 상황에서 더욱 강조되는 것은 경계작전이다. 군사력의 고밀 집중화된 한반도에서 경계와 훈련은 평상시 제일의 임무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군사분계선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남북 군사합의 (임시적) 조치는 평화정착이라는 희망의 통로를 확보하는 첫 삽이라는 점에서 유효했다.

다만, 군사적으로 한국군에게 경계와 감시 작전의 제한을 유발했고, 군사지역에서 훈련이 제한되었다는 점에서는 명백히 불리했다. 특히 늘 북한의 도발 선택에 따라 우리는 방어적 위치에 있기에 더욱 수세적인 군사합의였다.

그럼에도 북한의 진정성 있다는 전제로 이런 무력충돌 예방적 조치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무효화됐다.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무효화의 이유를 명백히 밝혔다.

6.25 전쟁 이후 남북한이 구체적인 군사적 협의를 적극적으로 한 적도, 실천한 적도 없는 가운데 남북관계의 안정적 유지 차원에서 일회성으로 군사적 협의 차원의 논의는 시행과 중단을 반복했다. 하지만 늘 사상누각의 협의 결과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극명한 사례가 북방한계선(NLL) 선상에서 남북한 교전이다.

1999년 1차 연평해전으로 명명된 남북한 해군 간 교전은 북한의 패전으로 마감됐다.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막바지에 일어난 2차 연평해전은 우리 해군의 침몰과 6명의 전사자를 발생시켰다.

이후 대청해전으로 북한군은 막대한 살상을 경험했고, 이어 우리 해군 천안함 폭침을 일으켰다. 해상교전으로 남한 해군에 큰 피해를 주기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잠수정을 이용한 어뢰 도발이었다.

1·2차 연평해전을 지나고 남북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자는 명분 아래 진행된 제2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교훈은 정치적 선택에 따라 남북관계는 부침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남측 고속정 호출부호 ‘한라산’, 북측 경비정 ‘백두산’으로 명명한 협의 결과는 “서해에서 평화의 파도가 넘실거린다”는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남북한 고조된 평화적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아 수포가 되는 허망함을 군 복무 중에 온전히 경험했다. 대부분의 평화 분위기 파탄 원인은 북한의 도발이었다.

1999년부터 2017년 기간 해군 공보장교로서 이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면서 언론과 국회를 대상으로 업무를 해온 필자가 얻은 결론은, 남북한 간의 군사적 협의는 그 시대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이행 정도라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은 오물풍선이라는 비군사적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다만, 이 풍선이 언제 살상 무기를 싣고 올지 모르는 점에서 군 당국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계절별로 주기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바람의 방향, 도착 지점, 계절별 비행경로 및 착지점 등을 계산하기 위해 시험하고 있다고 추론해야 한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한이 오물풍선을 내려보내는 ‘심리전 대응 수준’으로 보기보다는 군사적 위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비하여야 한다고 본다.

어떤 현상이든 계속되면 대부분 긴장이 낮아지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북한은 늘 생각 이외의 방법으로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두드려 보고 도발해 왔다.

2024년 뜨거운 여름이 곧 지나고 이제 추석을 코앞에 두고 있다.

전 후방 각지에서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경계작전에 밤잠을 설치는 합참, 각 군 작전사, DMZ로부터 해안까지, 동서남해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또 해외에서 국가의 방위를 위하여 애쓰는 장병들에게 무한의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경각심을 주문한다.

<유영식 전 해군 준장 약력>

-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 실장
- 해군 예비역 준장
-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