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북한 남성,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 통과
군, 수차례 감시장비 포착에도 무조치·방관 ‘경계실패’ 北남성, 잠수복입고 헤엄쳐 건너…또 배수로 관리소홀
[국방신문=김한규 기자]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로 헤엄쳐 건너온 뒤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머구리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헤엄쳐 건너온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군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대응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단장 등 해당 부대의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이 입고 온 잠수복은 검은색 고무 재질의 일반 잠수복이 아닌 어민들이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할 때 입는 철제 헬멧과 분리되는 ‘머구리 잠수복’이다.
합참은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이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합참은 “현재까지 해당 부대 해안경계작전과 경계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되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이 CCTV 등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군이 즉각 출동해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오전 4시 20분께 도로를 따라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해당 인원을 민통선 검문소 CC(폐쇄회로)TV로 식별하여, 민통선 내 미상 인원 식별 시 작전 절차에 따라 작전 병력을 투입해 민통선 북방에서 오전 7시 20분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어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하여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해안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평가한다”며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가 합동 현장조사에 이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접경지역에서는 군 감시장비에 신원 미상의 인원이 포착되면 군은 신병 확보를 위한 작전에 바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군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필요한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안 경계·감시망이 뚫리고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미흡했던 드러남에 따라 사단장 등 해당 부대의 대대적인 문책이 예상된다.
이번에 ‘오리발 귀순’이 발생으로 경계실패 비판을 받는 이 부대는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잇따라 지휘관의 ‘무덤’으로 악명 높다.
이 부대는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또 이 남성이 해안 철책 하단의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작년 7월 배수로를 통한 탈북민 월북 사건 이후에도 국방부가 배수로 개선 조치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작년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접경지역 배수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