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주요 지휘관 잇단 구속…지휘통제 위기

육군총장부터 방첩사령관·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까지 ‘불안정한’ 직무 대행 체제…6개월 이상 공백 가능성도 정보사령관도 공수처 체포돼 직무 수행 불가능한 상태

2024-12-18     양기반 기자
‘12·3 불법계엄’ 사태로 구속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왼쪽부터),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국방신문=양기반 기자] ‘12·3 불법계엄’ 사태 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주요 사령관들이 줄줄이 구속된 데 이어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까지 구속되면서 군 지휘체계에 심각한 공백을 불렀다.

37만 육군을 지휘·감독하는 수장으로 국군 의전 서열이 합참의장에 이어 2위인 육군총장(대장)의 구속은 국군의 주력인 육군의 지휘통제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박 총장을 비롯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중요 직책 장성 4명이 구속됐고,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어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는 18일 낮 12시 20분께 내란 모의 등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합동으로 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부대(HID)를 국회의원 긴급 체포조로 투입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는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의 롯데리아 패스트푸드점에서 영관급 부하 2명과 함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경찰 국수본은 지난 15일 문 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이 시작되면 부정선거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8일 ‘12·3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모의 등 혐의로 문 사령관을 체포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전 계엄사령관인 박 총장을 구속했다.

박 총장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국회·정당 등 모든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등의 위헌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 제1호도 박 총장 명의로 발표했다.

박 총장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 내용을 전달하며 국회를 통제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지난 14일에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육군 중장)을 구속한 데 이어 16일 곽종근 특전사령관(육군 중장)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육군 중장)도 구속했다.

특수본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이들 3명의 계엄군 지휘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중앙군사법원에 청구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군 정보를 관장하는 방첩사의 사령관, 특수부대를 총괄하는 특전사 사령관, 수도권 방어를 책임지는 수방사의 사령관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이다.

여 방첩사령관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아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 및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 확보를 부하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곽 특전사령관은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1공수, 3공수, 9공수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로 보냈고, 국회에서는 의사당을 무력으로 진입하도록 지시했다.

이 수방사령관은 수방사 예하 군사경찰단 75명과 제1경비단 136명 등 병력 총 211명을 국회로 투입해 여 사령관, 곽 사령관과 함께 국회 봉쇄 등을 진두지휘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 현장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고, 특히 마지막 2차례 통화에서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인형·곽종근·이진우 사령관은 김용현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지난 3월 공관에서 회동했던 인물들이다.

국방부는 구속된 이들 계엄군 지휘관에 대한 보직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14조 4항은 직무와 관련된 부정행위로 구속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군인에 대해서는 보직해임 후 7일 이내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열어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박 총장과 여 사령관, 곽 사령관, 이 사령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7명의 현역 장성을 ‘12·3 불법계엄’ 사태와 관련해 직무를 정지한 바 있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군 주요 지휘관들이 대거 물러날 것이 확실해지면서 대폭적인 장성 인사가 불가피하지만, 장성 임명 권한이 있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직무정지된 상황에서 당분간 군 지휘부 공백 상태는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장군 임명권을 넘겨받았으나, 자신 역시 불법계엄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어서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군 내부에서는 상당 기간 지휘부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하고 지휘관의 장기간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서 현 체제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군령권을 가지고 있는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이 이번 ‘12·3 불법계엄’ 사태와 크게 연루되지 않고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령권은 실제 병력을 움직여 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