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T 해킹 사고는 안보·국방 문제”

해킹사태 발생 19일 만에 대국민 사과…“단순한 보안문제 아냐” “미흡한 대응 뼈아프게 반성, 전 그룹사 보안시스템 투자 확대” 국회입법조사처 “기업의 자율적 대처와 정부대응 체계의 한계”

2025-05-07     양기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수펙스(SUPEX) 홀에서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국방신문=양기반 기자]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7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19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보안시스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리는 해킹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유심 해킹 피해에 사과하고 전 그룹사의 보안체계 점검과 함께 보안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해킹 사고는) 저희 그룹으로 보면 단순히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방 상황을 짜고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며, 안보가 생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SKT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이고, 관계사인 SK하이닉스 반도체가 국가 전략물자인 만큼 이번 유심 해킹 사고를 엄중하게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또 “전 그룹사의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아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안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 SKT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며 “그룹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이는 저를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뿐만 아니라 언론, 국회, 정부 기관의 질책은 마땅한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최 회장은 해킹 사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SKT에 막대한 손실이 될 수 있는 계약해지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SK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이날 직접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만큼 SKT의 유심 해킹사태가 얼마나 빨리 진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T는 14일 이후 해외에서 유심보호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데다 유심 물량도 대량 입고되는 14∼15일을 사태 안정의 분수령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SKT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를 열고 사고 원인 및 SKT의 재발방지책, 계약해지 위약금 면제 문제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앞서 최 회장은 이날 열리는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는 당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 보고서에서 “SKT 해킹 사건에서 기업의 자율적인 대처와 정부 대응 체계의 한계가 발견됐다”며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해킹 사고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피해자가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