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확성기 중단, 한반도 긴장완화 신호탄 될까
이재명 정부 첫 군사조치…북한도 대남 방송 전격 중단
[박세정 전문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첫 안보 관련 조치로 11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도 같은 날 대남 확성기 소음 방송을 중단하면서 남북 간 상호 긴장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남북한 당국의 방송 중단은 군사적 심리전의 일시 정지라는 상징적 조치이자, 향후 남북 대화 재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확성기 방송 중단은 단기적으로 한반도 군사충돌 리스크 완화라는 실익을 제공할 수 있다.
◆ 확성기 심리전, 반복된 재개와 중단의 역사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한국의 체제 우위성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북한 군과 주민에게 전달하는 심리전의 핵심 수단이다.
방송 내용은 K-팝, 뉴스, 문화, 남한 사회의 일상 등으로 구성되며, 북한 내부 동요 유도와 이탈을 유도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1963년 5월 최초로 방송이 실시된 후 2004년 6·15 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중단되었다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재개됐고, 2018년 판문점 선언 직후 다시 중단되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 조치를 유지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재가동 움직임이 있었고 2024년 6월부터 DMZ 일대에서 다시 대북 확성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우리 군은 고정식 대북확성기 20여개, 이동식 대북확성기 10여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의 선제 조치… 북한도 이례적 속도로 ‘화답’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9·19 군사합의 복원과 대북 전단 살포 및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 입장은 취임 직후 실현되었고, 국방부는 신속하게 확성기 중단 지시를 하달했다.
이후 북한도 이에 호응해 군사분계선 인근에 설치했던 대남 방송 장비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상호 조치는 남북 간 자율적 군사완화 조치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 국지 충돌 완화·접경 안정·군사적 유연성 확보
확성기 방송은 체제 혼란 유도, 정보 전달 등 실질적 군사효과를 지닌 반면, 북측의 강경 맞대응과 국지 도발 가능성이라는 부작용도 늘 상존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고, 고출력 소음 방송으로 대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접경 지역 부대 장병의 스트레스 완화, 북한 확성기의 괴기스런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수면 장애와 두통 등 건강 이상 해소, 불필요한 군사 마찰 방지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낳고 있고, 군사적 유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실익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상호 방송 중단 조치를 남북 군사실무회담, 장성급 회담, 대화 재개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장성급 회담, 이산가족 상봉, 체육·문화 교류 재개 논의 등 구체적 남북 화해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확성기 심리전은 우리에게 중요한 대북 압박 수단이며, 이 카드를 스스로 내려놓음으로써 심리전·정보전의 지렛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 데 이어 11일 14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날 북한의 대남 방송도 중단됐다.
한편, 우리 군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9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고, 북한군도 이에 맞대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틀었다.
북한군의 대남 방송의 경우 그동안의 대남방송 중 가장 높은 소음으로 짐승과 귀신, 쇠 긁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방송을 밤낮없이 틀어 주민들을 괴롭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