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다시 주목받는 모사드

정규전-비정규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시대의 핵심 역할

2025-06-16     박세정 전문기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로고. ‘정보 및 특수작전연구소’라는 뜻의 히브리어 명칭의 약자이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정부의 적대 세력을 감시하고, 파괴 및 암살 등 필요한 공작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모사드 누리집 갈무리)

[국방신문=박세정 전문기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이 다시 고조되면서 이스라엘의 외곽에 있던 한 조직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세계 3대 정보기관 중 하나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Mossad)’이다. 이번 전쟁에서 모사드는 정규전과 비정규전 사이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실전에서 구현하며 다시금 그 막강한 실체를 세상에 드러냈다.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은 전투기 200여대를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 군부 지도자, 핵무기 개발 과학자 등을 정밀 타격했다. 동시에 이란 내부에서 정체불명의 자폭 드론이 이란 방공망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심부를 강타한 드론 기지는 모사드가 사전에 은밀히 구축해둔 비밀 기지로, 이번 작전은 첩보와 군사력의 융합 모델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예 인력 중심의 첩보력, 현장 자율성, 기술과 융합, 그리고 한치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작전집행력은 모사드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임을 보여주었다.

모사드는 1949년 12월 13일 이스라엘 초대 총리였던 다비드 벤구리온의 지시로 탄생했다. 당시 이름은 ‘중앙조정연구국’이었지만, 1951년 총리실 직속으로 재편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사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매우 독특하고 핵심적인 특징은 모사드가 의회나 정보위원회가 아닌, 오직 총리에게만 직속 보고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모사드의 인력은 약 7000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연간 예산은 약 27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중앙정보부(CIA)나 영국 정보부 MI6에 비해 인력이나 예산 규모는 작지만, 짧은 의사결정 구조와 전술 자율성, 과감한 현장 판단이 이 기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압송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장면. 그는 반인도범죄, 유대인에 대한 범죄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되어 사형을 선고받아 1962년 6월 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사진=‘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서적 표지 갈무리)

◆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생포로 명성 높여

모사드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높인 사건은 바로 1960년 아르헨티나에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생포해 이스라엘로 비밀리에 이송한 작전이었다. 이 작전은 국제법 위반 논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구현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어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로 이스라엘 선수단이 학살당한 후, 모사드는 ‘분노의 신(Wrath of God)’ 작전을 수행해 전세계를 돌며 테러 주범들을 제거했다. 이는 오늘날의 ‘표적 제거(targeted killing)’ 개념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1976년에는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서 하이재킹당한 이스라엘 인질들을 구출한 엔테베 작전이 모사드의 또 다른 전설로 기록된다. 이 작전의 핵심은 바로 모사드 요원들이 미리 현장 정보를 수집하고 모의 작전을 통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정찰 정보였다.

2000년대 이후 모사드는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주요 목표로 삼고 과학자 암살, 사이버 공격, 시설 파괴 등 수많은 ‘그림자 작전’을 수행해왔다. 2024년 9월 헤즈볼라 조직원을 대상으로 한 삐삐 폭파작전은 위장·침투·기술·군사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작전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모사드 역시 항상 성공만 해온 것은 아니다. 1997년 요르단 암살 미수 사건,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당시 경보 실패는 정보기관으로서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아 있다. 또한 모사드의 해외 작전은 대상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적 비판과 법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너무 많은 공개’가 문제로 지적된다. 작전 내용을 영상으로 직접 공개하고, 일부 인사들이 인터뷰에 응하는 등의 변화는 국내외 여론전, 전략적 억제, 예산 확보 등을 위한 시도이지만, 반대로 ‘모사드가 너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모사드는 크게 몇 개의 핵심 부서로 구성된다. ‘초메트(Tzomet)’는 현지 인력을 포섭하고 관리하는 휴민트(HUMINT, 인간 정보) 중심의 부서다. ‘카차(Katsa)’라고 불리는 정보요원들은 대개 외국에서 외교관, 기업가, NGO 직원 등 다양한 위장 신분을 활용해 활동한다.

특수공작 및 암살을 전담하는 부서는 ‘키돈(Kidon)’으로, 이들은 모사드 내에서도 철저히 분리되고 극비 작전만을 수행한다.

도·감청, 침투, 기술 작전을 담당하는 ‘케셋(Keshet)’은 디지털과 물리 작전을 동시에 아우르며, 최근에는 사이버 공격과 AI 기반 정보 분석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모사드 작전의 특징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공식적인 문서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현장 요원에게 50%+α 의사결정권을 부여하는 자율성과 신속성에 있다. 그만큼 실수에 대한 정치적 방어막은 약하지만, 작전 성공 확률을 높이는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기도 하다.

◆ CIA, MI6에 비해 실용적이고 공격적인 전략 구사

모사드는 미국의 CIA, 영국의 MI6와 함께 세계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작전 방식과 전략, 조직문화는 꽤 다르다.

CIA는 2만명 이상의 방대한 인력과 수십조원에 이르는 예산으로, 휴민트(HUMINT)뿐 아니라 기술정보(SIGNIT), 위성감시(IMINT) 등 다양한 방면에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법적·정치적 감시가 강해 작전 전 반드시 대통령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영국의 MI6는 정보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작전 문화와 뛰어난 분석력으로 유명하다.

반면, 모사드는 훨씬 더 실용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적대국 영토 내에서 납치, 암살, 드론 배치 등 국제법적 논란을 감수하는 대신에 목표 달성을 우선시하는 실리적 접근이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