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공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김진호 공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무기 수출 경쟁력, 표준화가 완성한다

최근 우리 방산 수출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방위사업청장은 무기 수출의 핵심 요인으로 ‘성능’, ‘적기 납기능력’, ‘국가보증’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주목할 점은 이 세 가지 모두가 표준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성능은 성문표준, 국가보증은 적합성 평가와 직결된다. 결국 무기 수출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표준이 자리하고 있다.

국방표준의 개념과 유형

법적으로 표준은 ‘공인된 과학·기술적 기준’으로 정의된다.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측정표준: 단위나 값을 정의·보존·재현하는 기준(측정기, 표준물질, 측정방법 등) ▲참조표준: 측정 데이터·정보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검증하여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값(물리·화학 상수, 물성값 등) ▲성문표준: 문서화된 과학·기술적 기준·규격·지침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자율적 기준(KS, ISO, KDS 등) ▲기술규정: 안전·환경·소비자 보호를 위해 강제 적용되는 기준이다.

방산 제품의 신뢰성 확보 과정은 ‘측정 → 기준값 설정 → 성문표준 적용 → 운용 → 적합성 평가’라는 흐름을 따른다. 즉, 표준은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 안전과 성능을 보장하는 살아 있는 장치다.

국방표준의 현주소

세계는 오래전부터 무기 개발과 함께 표준 체계를 다듬어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STANAG, 미국의 MIL-STD와 AQAP는 대표적 사례다.

단위 불일치로 인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사고, F-35 전투기 부품 호환성 문제 등은 ‘표준의 부재’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 현실을 살펴보자. 약 7500종에 달하는 국방규격(KDS) 가운데 국제표준과 호환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측정표준과 참조데이터 같은 기반 표준은 크게 부족하다. 여전히 ‘규격 중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족을 이른 시일 내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난 60여 년간 축적된 민간 표준기관의 경험과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민간기관과 협력 강화를 통해 국방표준의 신뢰성과 국제 정합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으며, 방산 기업 특히 중소·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표준을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VHS와 베타맥스의 경쟁을 떠올려 보자. 승패를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표준의 선택이었다. 오늘날 유럽과 미국은 자국 규격을 국제표준화하여 무역 장벽을 낮추고, 제3국 채택을 유도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방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시험·검사·인증을 포함한 신뢰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국방표준은 바로 그 기반이다.

국방표준, 이제는 ‘4박자’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우리의 국방품질체계는 오랫동안 ‘규격+시험평가’라는 2박자에 의존해 왔다. 일정 수준으로 무기체계 품질을 확보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글로벌 방산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은 더이상 충분하지 않다. 독자 기술 확보와 수출 경쟁력 강화, 국제 협력이 필수적인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바로 ‘국방표준 4박자 전략’이다.

첫째, 성문표준이다. 기존 규격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NATO STANAG, AQAP 등과 정합성을 높이고, 단순 기술 요건이 아닌 성능 중심 규격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우리 무기체계의 호환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본 토대다.

둘째, 측정표준이다. 국제적 소급성을 확보한 측정 체계를 확립하고, 시험방법을 표준화하며, 데이터 인증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같은 결과를 어디서나 동일하게 인정받는 체계’를 마련하는 시작이며, 수출 협상에서 기술적 신뢰를 담보한다.

셋째, 적합성 평가이다. 국방 시험·평가 기관의 국제공인 확대는 물론, 민간 전문기관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신뢰성 높은 적합성 평가 체계를 구축할 때, 무기체계 품질에 대한 국내외 신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넷째, 참조표준이다.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기반의 데이터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물리적 시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영역을 보완하고 미래지향적 품질보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차세대 국방 연구개발(R&D)과도 직결되는 영역이다.

국방표준 4박자 전략은 단순한 문서 개정 작업이 아니다. 이는 국방품질을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혁신의 방향이다.

이제는 ‘규격과 시험평가’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국제적 신뢰성을 갖춘 완전한 품질 생태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무기의 언어, 국방표준

표준은 단순한 기술 문서가 아니다. 신뢰를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무기의 언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하기 힘들고 중소기업·벤처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규격이 아니라, 실무와 현장의 고민을 반영한 실질적 국방표준이다.

4박자 전략을 통해 무기 수출의 지속성과 국제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방표준의 전략적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김진호 교수 약력>

- 현 공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현 국가기술표준원 전문위원
-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전 국가참조표준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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