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대 전 국회의원·국방신문 고문
양기대 전 국회의원·국방신문 고문

유엔 창설 80주년이자 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한번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뜻깊은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방신문이 주최한 ‘6·25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및 전시회’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외교적 품격과 보훈 정신이 결합된 의미 있는 ‘보훈외교’의 장으로 평가된다.

유엔 참전국 용사들의 초상화를 헌정하고, 그들의 희생을 예술의 언어로 재조명한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감사의 외교’, ‘기억의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전 해군참모총장), 그리고 룩셈부르크 등 6·25 참전국의 외교 사절들이 참석한 것 또한 행사의 상징성과 외교적 중요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1950년 낯선 한반도의 전쟁터로 달려와 목숨을 바친 22개 유엔 참전국 용사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깊은 감사의 표현이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흘린 그들의 피는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역사적 뿌리이다.

행사 주최 측은 제작된 초상화와 디지털 화보집을 오는 12월 유엔 참전국 대사관을 통해 유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과 기억을 전하는 외교 행위라 할 만하다.

이러한 세심한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와 도덕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소중한 외교 자산이 될 것이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번영의 뿌리에는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시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후대에 전하는 국가적 의무이자, 국제연대의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다.

보훈은 과거를 위한 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이번 유엔 참전용사 초상화 헌정 전시회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빚을 미래의 신뢰로 바꾸는 보훈 외교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이러한 민관 협력형 보훈외교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참전국과 그 후손들과 교류를 제도화함으로써 ‘평화와 보훈의 외교 자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에 대한 진정한 추모이고 보답이자, 대한민국 외교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길이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도움받았던 나라로서, 이제는 기억을 전하고 보은을 실천하는 나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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