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수 국방신문 논설위원·극동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송운수 국방신문 논설위원·극동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한반도 환경에서는 사이버억지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어떠한 수단이 효과적일까?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발사의 왼편작전(Left of Launch)’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지난달 23일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주최 화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방어체계와 관련해 “요격에 초점을 맞춘 기존방어전략은 요격체계의 수량을 고려할 때 한계가 분명하다”며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차단하는 ‘발사의 왼편’에 초점을 둔 종합적인 방어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케네스 윌즈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도 “태평양 공군은 사이버사령부와 우주군 등과 함께 발사의 왼편전략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전은 미사일 ‘발사 이후 요격’ 방식이 아니라 ‘발사 직전 교란’ 방식으로 네트워크에 침투해 그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못하게 하는 비살상·비파괴적인 ‘사이버전자전’ 기술이다.

‘발사의 왼편작전’은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2016~2017년 북한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실제로 적용해 80% 이상 성공했던 작전이었다. 이를 더욱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재강조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보통 ‘발사의 왼편작전’ 같은 중요한 군사프로그램의 경우 기밀에 부쳐 철저히 숨긴다. 그런데 발사의 왼편작전은 이미 미국의 정부 고위 관료나 군 장성의 입을 통해 몇 차례나 언급됐다. 이것은 두 가지의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이버 억지전략’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억지전략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보복하겠다는 억지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이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사일 발사 후 보복에 의한 억지 개념을 넘어서 발사 전에 선제공격하겠다는 ‘능동적 억지 개념’을 밝힌 것이다. 능동적 억지 개념이란 공격징후가 포착되면 공격이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타격’하는 개념으로, 기존 억지전략보다 상향된 대응개념이다. 즉, 선제자위권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군이 추진하는 선제타격 체제인 ‘킬체인(Kill-chain)’ 전략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그 수단과 효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군의 킬체인 전략은 그 수단이 미사일인 데 반해 미국의 ‘발사의 왼편작전’의 수단은 ‘사이버 전자전’이다. 즉, 비살상·비파괴 수단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왜 무력화됐는지, 누가 공격했는지 그 정체를 쉽게 알 수 없고 따라서 즉각적인 보복을 하기 어려운 무형의 전력이다.

그러면, 미국의 이러한 사이버억지 능력과 전략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그저 군사선진국인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 한반도의 작전 환경적 특징을 고려해 우리도 그러한 능력을 개발해 억지능력과 억지전략을 가져야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사이버억지 관점에서 우리 한국은 크게 다음과 같은 환경적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IT강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동시에 그로 인해 사이버공격에 오히려 더 취약한 구조를 갖는다.

둘째, 한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공격자의 정체파악이 어렵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격 사례가 모두 북한 소행으로 확인됨으로써 그 주적이 비교적 명확하다.

셋째, 사이버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사이버 억지수단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환경에서는 협의의 사이버억지 개념보다는 광의의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협의의 억지 개념은 적의 사이버공격 등에 대해 사이버전 수단에 의한 응징과 보복을 과시하거나 신호를 보냄으로써 상대방이 공격의 의지를 포기하게 하는 전략이다. 즉, ‘사이버 공격에 대하여 사이버 수단으로 응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조셉 나이(J. Nye)는 사이버공격에 대한 억지를 위하여 반드시 사이버 수단만이 아니더라도 외교, 경제, 군사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굳이 사이버 공격만이 아니고 물리적인 테러 또는 핵·미사일 위협이라고 하더라도 사이버 수단에 의해서 공격능력을 보유하고 억지하는 것도 사이버억지의 광범위한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만 한정한 대응개념이 아니라 핵·미사일 위협 및 심지어는 네트워크화된 재래식 무기체계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도 사이버 공격 수단을 동원해 해당 무기체계의 네트워크를 무력화 및 마비시키는 ‘사이버억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의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사이버억지 전략은 다음 세 가지 목적을 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 또는 제3국의 사이버공격에 대한 보복 능력을 갖춘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선제자위권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셋째, 전시에도 네트워크화된 재래식 무기체계에 대한 대응수단으로서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사이버 억지는 평시뿐만 아니라 전시에도 적의 네트워크에 대한 마비 또는 무력화를 위한 목적과 능력을 갖추는 포괄적인 사이버억지 전략을 검토할 수 있으며, 이를 ‘네트워크마비전략’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할 수 있다. 즉, 전·평시 언제든 상대방의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네트워크마비전략의 수단은 미국이 북한 무수단 미사일에 적용했던 ‘발사의 왼편작전’의 수단이었던 ‘사이버전자전’이 한국형 사이버억지의 가장 필요한 수단으로 요구된다.

즉, 주로 북한의 소행으로 예상되는 사이버공격에도 대응하고, 인터넷망이 아닌 폐쇄망을 사용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비살상, 비물리적인 방법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북한군의 지휘통제망이나 공군 및 방공망 등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모든 군사망에 대해서도 마비 또는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형 사이버억지 전략의 핵심적 개념은 ‘사이버전자전에 기초한 네트워크마비전략’으로 개념화할 수 있으며, 평시 북한의 도발 위협뿐만 아니라 전시 네트워크 무기체계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전·평시 사이버 군사전략’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송운수 논설위원 약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
- 제1야전군사령부 정보처장
- 777사령부 사령관(소장)
- 육군정보학교 교장(소장)
- 현)극동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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