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 훼손’ 재판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군의 헬기 사격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은 전씨가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범죄 사실을 입증하려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간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고 명예훼손의 고의성도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헬기 사격을 직접 목격한 증인 8명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수 있고 객관적인 정황도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가 작성한 경고문과 광주 소요 사태분석 교훈집에 1980년 5월 22일 오전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이 기재된 점도 500MD에 의한 사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봤다.
또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들은 대체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검찰 조사에서 헬기 사격을 지향하는 진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씨의 지위와 당시 그가 보여준 행위를 종합하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인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씨에게 5·18 헬기 사격 목격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7가지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헬기 사격과 관련해 “이 사건에서는 5·18 기간 헬기 사격 여부만 쟁점이 됐을 뿐, 이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 발생 여부는 쟁점이 아니어서 이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헬기 사격으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있더라도 앞서 5·18 전체에 대한 범죄로 (전씨가) 처벌받아 헌법상 같은 죄로 다시 처벌받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재판이 5·18 자체가 아닌 명예훼손을 중점으로 판단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징역형 선고와 관련해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씨가 재판 내내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사건에 대한 성찰이나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던 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을 들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자 5·18이라는 아픈 현대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인 전씨의 행위에 대해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