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누리집 갈무리.
육군본부 누리집 갈무리.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상무대에서 직무 교육을 받던 신임 남녀 소위가 교육시설 내 빈 초소에서 휴일 만남을 갖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육군에 따르면 전남 상무대 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신임 남녀 소위는 휴일인 지난 23일 미사용 초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순찰 중인 부사관에게 발견됐다.

당시 이 부사관은 군용 모포가 깔린 초소 내부를 비롯해 남녀 소위의 신체 일부가 담긴 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해당 사진이 지난 25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려지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외부로 대량 유포됐다.

이들이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현장 사진과 신체 일부가 노출된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해당 남녀 소위의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명예 훼손을 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근무지 이탈도 아니고 쉬는 날 성인 남녀가 만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개인 사생활을 허락없이 촬영하고 공개한 부사관은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어야 마땅하다”는 취지의 글들이 쏟아졌다.

한 게시글은 “불륜현장도 아닌데 들이밀고 사진 찍으니 완전히 얼었네. 불륜도 아니고 근무시간에 그런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 군인은 사랑도 못하냐?”면서 군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또 “휴일에 두 사람이 남이 보이지 않는 장소에 있는 게 뭐가 문제인지?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무단으로 찍고 공개한 사람을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글도 게시됐다.

다른 게시글은 “수풀 속에 있으면 괜찮고 버려진 시설에 있는 건 처벌하는 건가요? 불륜도 아니고 청춘 남녀인데 단톡방에 사진 올린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육군은 빈 초소에서 휴일 만남을 갖던 남녀 소위의 사진을 촬영하고 유포한 부사관 등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이들 소위 커플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은 없었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육군은 사진 촬영 과정에서 이들 당사자의 동의는 받았는지, 강압성은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또 이들의 신체 일부가 담긴 사진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육군은 처음에 이들 남녀 소위가 미사용 초소에서 사적인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만 초점을 두고 관련 규정을 따져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가 몰매를 맞았다.

앞서 육군은 25일 남녀 소위의 빈 초소 사적 만남과 관련해 “상무대 지휘참모관리과정(OBC) 교육 중에 있는 교육생 2명에 대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엔 장교들의 사적인 교제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성희롱·성추행·성폭력 등을 군기 문란 행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으나 합의에 의한 행위에 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오히려 “국가는 병영 생활에서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제13조)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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