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들과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공군 제공)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들과 가족들이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공군 C-130J 수퍼허큘리스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공군 제공)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장악 전에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인 73가구 378명이 26일 새벽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떠나 11시간의 비행 끝에 오후 6시 28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국방부는 이날 “이들은 우리나라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했던 시기에 주아프가니스탄 대한민국대사관, 바그람 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우리를 도와 수년간 협력을 제공해왔던 분들과 이들의 가족들”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송 대상 아프간인 391명 중 항공기 좌석이 부족해 이슬라마바드에 남아 있는 인원은 13명이며, 이들은 현지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고, C-130J 군 수송기 편이 준비되는 대로 한국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에 놓인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한국으로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미라클(기적)’로 명명된 군사작전을 전격 전개했다. 

국방부는 미라클 작전을 위해 공군 등 66명으로 구성된 특수임무단을 긴급 편성, 지난 23일 새벽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와 군 수송기(C-130J) 2대 등 모두 3대의 항공기를 아프간 현지에 투입했다. 

이 특수임무단에는 현지 우발 상황에 대비해 특수병력, 공정통제사(CCT) 요원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는 민항기가 아닌 군 수송기(C-130J)를 투입한 것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현지 탈레반의 대공포 위협을 고려하여 전술 비행이 가능한 기종을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군 C-130J에 탑승한 아프간인들이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군 C-130J에 탑승한 아프간인들이 태극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국방부에 따르면, 모두 3단계로 이루어진 이번 미라클 작전 과정에서 ‘첩첩산중’과 같았던 작전의 고비 때마다 미국 등 우방국들의 협조, 특수임무단 등 우리 군 관계자와 주파키스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직원 등의 헌신이 돋보였다고 상세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인근 국가의 공항은 이미 여타국 후송 작전 등이 전개되어 포화상태여서 군 수송기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착륙토록 하는 게 1단계였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외교부와 협조 아래 한-파키스탄 공군참모총장 간 공조통화를 비롯해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 무관부, 주한파키스탄대사관 무관부 등 가용한 채널을 총 가동해 지난 22일에야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을 위한 파키스탄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국방부는 이 작전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미라클 작전 성공을 위해 이슬라마바드 공항 사용과 관련한 제반 편의를 제공”했고, 현지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은 “차량 지원과 함께 대사관 건물을 특수임무단 임시 숙박 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특히 파키스탄 현지 교민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운영을 중단했던 숙박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재개방하는 등 성공적인 작전수행의 숨은 공로가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2단계 첫 번째 작전은 군 수송기를 적시에 카불공항으로 투입하고, 카불공항 진입에 먼저 성공한 6가정 26명을 우선적으로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카불공항으로의 군 수송기 투입을 위해서는 우선 이송 대상 아프간인들을 카불공항으로 안전하게 집결시키는 것과 동시에 카불공항 이착륙에 필요한 사전비행승인(PPR)을 제때에 확보하는 것이 열쇠였다.

카불공항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시 소재 미국 중부사령부와 실시간 연락이 긴요했던 상황에서 미 중부사 한국군협조단으로 활동 중인 국방부 파견 장교단과 미 중부사측 사이에 긴밀하게 이루어진 협의로 우리 군 수송기의 안전한 운항과 적시 투입이 성사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1차 이송 대상 6가정 26명의 아프간인들은 지난 24일 카불공항 진입에 성공하자 C-130J 군 수송기 1대가 이슬라마바드에 대기 중이던 특수임무단 선발대를 태우고 카불 현지에 급파됐다. 

이들은 같은 날 오전 우리 군 수송기를 타고 카불공항을 안전하게 빠져 나왔다. 

국방부는 C-130J 군 수송기 바닥이 철판이어서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전술비행 또는 난기류 발생 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스트랩 벨트를 기내에 별도로 설치하기도 했다.

300여명이 넘는 대규모의 나머지 아프간인을 안전하게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하는 게 2단계의 두 번째 작전이었다.

카불공항에 먼저 투입된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 직원과 국방부 특수임무단이 현지 미군 및 우방국 군과 공조 아래 365명의 아프간인들을 지난 25일 오후 카불공항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함에 따라 이슬라마바드에 대기 중이던 C-130J 2대를 카불공항에 긴급 투입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아프간인들은 C-130J 1호기에 190명, 2호기에 175명씩 각각 나눠 타고 같은 날 오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3단계 마지막 작전은 총 391명의 아프간인들을 이슬라마바드로부터 한국으로 이송하는 것이었다.

군 특수임무단은 국내 이송 계획 수립 과정에서 아프간인들을 연령별, 성별, 건강상태별로 세밀하게 분류한 뒤 최적의 이송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뒤 최대 탑승 인원이 300명인 KC-330에 378명을 탑승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초 KC-330에 모두를 탑승시키는 게 무리라는 판단도 있었으나,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에 달하는 점, 현지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족 구성원이 분리된 채로 탑승하는 데 우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개인 짐을 최소로 줄이는 방식을 통해 최대한의 인원을 탑승시켰다. 

아프간 현지인 378명, 우리 군 특수임무단 66명 등 444명을 태운 K-330 수송기는 26일 새벽 이슬라마바드공항을 이륙했다.

국방부는 이번 미라클 작전의 성공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간인을 카불공항에 집결시키기 위해서는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직원들이 선발대로 카불공항에 조기에 투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미군측은 기꺼이 미 군용기를 통해 3명의 대사관 직원 및 주아랍에미리트(UAE) 무관 1명을 카불로 긴급하게 이동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국방부는 또 우리 군 수송기가 카불공항에 이착륙할 때 미 중부사는 우리 측이 수시로 사전비행승인(PPR)을 요청한 데 대해 “한번도 거부하지 않고 우리의 요청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미군측이 아프간인들의 카불공항 진입을 위해 탈레반측과 직접 협상을 통해 버스를 이용해 공항 내로 진입하도록 안전을 확보해 주고, 우리 군 수송기 탑승을 시도했던 신원 미상자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검색 요청에 적극 협조하는 등 “신속한 이송작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이번 미라클 작전의 성공 요인으로 우리 외교부와 공군 등 현지 투입인력의 헌신적인 활동, 카불공항 경계를 도운 영국, 캐나다 등 우방국들의 지원, 공항 사용에 협조한 파키스탄 정부, 신속하게 영공통과를 승인한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우호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꼽았다. 

국방부는 특히  ‘미라클’이라는 작전명과 관련 “아프간 탈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조력자들에게 우리가 희망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과 “전례 없이 왕복 2만 km 이상을 운항해야 하는 우리 특수임무단의 성공적인 작전을 기원하는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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