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 제안했다.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려면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을 극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을 향해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추진,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등을 통한 감염병·자연재해 대응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30년 전 남북의 유엔 동시 가입은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에 평화를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동북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고, 훗날 협력으로 평화를 이룬 ‘한반도 모델’이라 불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종전선언에 대해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라고 규정하는 다소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면, 올해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며 훨씬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남북미 정상이 보여준 톱다운 행보가 지금 상황을 타개할 응급처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노딜로 톱다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실무 단위에서 논의를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때일수록 거꾸로 정상들의 과감한 결단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연설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올해가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라는 점에서 종전선언이라는 과감한 제안을 내놓을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18년과 작년에 언급한 종전선언에 더해 2019년 유엔총회에서 밝혔던 전쟁불용·상호 안전보장·공동번영 등 3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북한을 실제로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장치인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 남북 대화로 역내 평화를 선도하겠다는 ‘한반도 모델’ 구상도 재차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고려하면 이번 제안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3등 서기관이 앉아 연설을 경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의 연설은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7일 예정돼 있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미국은 대북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북한과 관여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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