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한상현 전문기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통신연락선(통신선)을 4일 다시 개통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복원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이며, 지난 8월 10일 통신선이 닫힌 이후 55일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계기로 잇따라 남북 연락 채널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깊이 있는 남북 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남북은 이날 오전 9시 공동연락사무소 개시통화를 진행하고 오후 5시 마감 통화를 했다. 동·서해지구 남북 군 통신선도 정상 가동됐다.
통일부는 이날 “오늘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통화가 이뤄지면서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 연락대표는 이날 북측과 통화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화는 오전 9시1분부터 2분간 진행됐다.
남북은 관행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사안이 생기면 수시 통화하기로 했다.
남북 군 당국은 군 통신선을 통한 통화에서 통화 음질 상태를 확인했으며, 특히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불법조업 어선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 해군 경비함이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시도한 통신에는 이날 응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일 오전 다시 시도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남북 함정 간 시험통신도 지속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해당 기관들에서는 10월 4일 (오전) 9시부터 모든 북남(남북) 통신선들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에 통신선을 복원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은 대북 전단문제로 끊었던 남북통신연락선을 지난 7월 전격 복원했지만,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8월 10일 오후부터 다시 남측의 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통신선 복원에 대해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군통신선은 남북 군사당국 간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으로서 필요 시 다양한 전통문 교환을 통해 우발적인 충돌 방지 등에 기여해 왔다”며 “이번 남북 군사당국 간 군통신선 복구조치가 앞으로 한반도의 실질적 군사적 긴장 완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남북협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입장을 묻는 언론의 서면질의에 “우리는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별도의 공식입장을 내지 않은 채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했다.
정부는 남북 간 대화채널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난 7월 말 북측에 공식 제안한 비대면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 문제부터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통신선 복원과 함께 북한의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라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복원 소식을 전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과제’란 최근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대북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등인 것으로 풀이된다.
